‘세계 책의 날’을 생각한다

발행일 2021-04-26 11:45:5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지난주 금요일인 4월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World Book and Copyright Day)’이다.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독서 진흥, 도서출판 장려, 저작권 보호를 촉진하기 위해 스페인의 요청으로 1995년 열린 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제정했으며, 다음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실시되는 기념일이다. 올해 26회째를 맞았다.

매년 4월23일이 기념일이 된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스페인 까딸루니아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성 조지)의 날’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함께, 세계적인 대문호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1616년 4월23일 동시에 서거했기 때문에 이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는 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책으로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세계 책의 날’ 애칭을 ‘책 드림 날’로 정했다.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란 뜻과 함께, 영어 ‘Dream’을 활용해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올해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4월23일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기념식을 열고, 책과 장미를 선물하는 ‘책 드림’ 행사에 당첨된 시민 423명과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구에서도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는 지역서점과 시민들의 독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실시하고 있는 지원사업보다 더 적극적인 방안을 찾아냈다. 몇몇 다른 지역에서는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은 뒤 도서관에 반납하면 책값의 상당 부분을 되돌려주는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이 경우 시민들이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선택하기 때문에 도서관 입장에서는 같은 책이 밀려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 도서구입비를 지원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신이 선택한 책을 반납하지 않고 소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사업의 실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소개하자면 4월23일부터 11월까지 선정된 지역인증서점 30곳에서 책을 구입하면 1인당 10만 원 범위 안에서 지역출판사 간행도서는 책값의 80%, 다른 지역 출판사의 경우는 50%를 지원한다. 만 13세 이상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초·중·고 문제집이나 사전, 종교경전, 취업 및 자격증 관련도서와 만화책, 컬러링북 등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지역인증서점 연락처와 서점별 지원금 소진 여부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 홈페이지(www.dpp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서출판 학이사와 라일락뜨락1956은 23일부터 30일까지 ‘코로나19 퇴치 기원 및 2021 세계 책의 날 기념 향토작가 4+23 초대 도서전’을 이상정 장군 및 이상화 시인의 생가에 자리를 잡은 라일락뜨락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4’에 해당하는 전시도서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대구에서 기승을 부리던 상황을 기록한 ‘그때에도 희망을 가졌네’, ‘그곳에 희망을 심었네’,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등불은 그 자체로 빛난다’다. 그리고 시, 산문, 아동문학, 인문, 소설 분야의 지역작가 23명이 쓴 책의 표지가 전시되고 있다. 전시 개막일인 ‘세계 책의 날’에는 지역작가들을 대표한 5명이 북토크를 진행했으며, 전시장을 찾는 시민 27명에게 선착순으로 장미꽃 한 송이씩을 선물했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던 행사인 ‘대구, 책으로 마음잇기’가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지만, 올해는 이 행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슬로건은 ‘책으로 마음잇기, 책으로 세대잇기’다. 책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 마음을 잇고, 지역 선배인 기성세대와 후배인 청년들이 서로 마음을 잇자는 의도다. 4월23일부터 5월16일까지 자신이 추천하는 책의 표지와 23쪽 사진을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캠페인 참여자 중 20명을 추첨해 책을 선물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극성을 떨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책을 찾는 시민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비대면 시대에 책의 가치를 되새겨보기 위해 1995년 제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 책의 날’ 제정 결의안 중 일부를 소개한다. ‘유네스코 총회는 역사적으로 인류의 지식을 전달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존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해온 책의 중요성을 인식한다. 또한 도서의 보급이 독자뿐 아니라, 문화적 전통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발전시켜 이해, 관용, 대화를 기초로 한 사람들의 행동을 고무시킨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에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책의 날을 제정하지 않았음을 인식해 4월23일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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