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상황과 여건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시도민들이 보는 시각은 비판적이다. 행정이 일관성과 방향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과제를 성급하게 추진하다 벽에 부딪히면서 슬그머니 발을 빼는 모습에 행정 신뢰성마저 금 가게 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에 걸림돌이 된다며 가덕도신공항을 줄곧 반대했다. 그런데 돌연 통합신공항과 가덕도신공항을 ‘투 에어포트’ 체제로 가야 한다며 가덕도를 인정, 지역민들의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가덕도 반대를 외쳐봤자 정부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어차피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 빤한 터에 영남권 2개 공항 체제를 인정하고 통합신공항을 국비로 건설하는 실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들이 나서 가덕도 반대 궐기대회까지 하며 거세게 반발해온 마당에 대구시장의 급작스러운 방향 선회는 대구시민들을 당혹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동안 진행 중인 통합신공항의 건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토부의 승인도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대구·경북 행정 통합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론조사 결과도 중장기 과제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나오자 내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 목표를 거둬들였다. 사실상 시도 통합 중단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동안 대구경북연구원에 행정통합 연구단을 발족,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9월에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켜 시·도민 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을 벌이는 등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경북 북부권 주민 등 일부 시·도민들의 반대가 이어져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영·호남 상생 현안인 ‘달빛내륙철도’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총리실에서 주관하던 ‘대구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총리가 교체되면서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민들은 양 광역단체장의 이같은 입장 번복에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여론 수렴과 이를 거르는 절차도 없이 툭 던지듯 그동안의 행정 현안을 갑자기 뒤집는 것은 행정 신뢰를 해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간 사정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변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법에도 ‘사정변경의 원칙’이 두루 적용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진로를 바꾸거나 중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행정의 일관성을 해치고 시도지사의 지도력에도 금이 가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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