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체감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발행일 2021-05-05 14:22: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이부형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제서야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한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부터 따져보면 딱 1년 만이다. 예전 같으면 참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과 극복 과정까지 겹쳐지면서 체감 상으로는 벌써 수년이나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진다. 물론, 아직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하튼 국내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론의 여지없이 지금까지는 외수부분과 관련 산업 부문의 생산 회복이 큰 도움이 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전반의 흐름이 바로 얼마 전까지와는 확연하게 달라진 것 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이후 딱 1년 만에 기준치 100을 넘어섰다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해 주는데, 생산과 소비 투자 등 부분별로 보더라도 이러한 현상은 확인할 수 있다. 더 두고 봐야 할 일이긴 하지만, 경기국면의 변환을 판단하는 지표인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가 둔·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회복·상승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향후 경기 향방을 예견할 수 있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 또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처럼 국내 경기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해외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국제기관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바라보는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는 3% 중반대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제기관들보다는 훨씬 공격적인데, 4%대 중반까지 바라본다니 그 동안 우리 스스로가 우리 경제에 대해 너무 박한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글로벌 정치·외교·군사적 리스크 억제, 주요국 경기부양 기조 유지,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세 지속 등의 조건 하에서 투자와 소비 등 내수 부문이 기대 이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막말로 우리 경제는 지난해 역성장한 것만큼의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데다가 잠재성장력만큼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가정만해도 3%대 후반의 성장률 달성은 가능해진다. 하물며, 최근과 같은 분위기라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예상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4%대 성장에 대한 기대를 품어도 될 법해 보인다. 좀 과한 느낌은 있지만 말이다.

이처럼 올해 우리 경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른 회복과 더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거의 확신한다. 다만,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가장 큰 우려는 아마도 빠른 경기 회복 속도 만큼이나 급하게 진행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그에 따르는 경제정책 기조의 변화일 것이다. 너무 갑작스럽고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경기 부양에서 경기 안정화로 금융통화 및 재정 정책 기조가 변화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부작용들이 동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경기 회복을 체감하는 정도가 경제 주체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기업과 가계,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 서로가 처한 환경에 따라 경기 회복을 체감하는 시기와 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자칫,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이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하반기로 갈수록 내년에 있을 대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기 회복 동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리스크라면 리스크라 하겠다.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곧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국내 경제의 회복 기대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이 때에 모두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매우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회복의 온기를 우리 모두가 온전히 체감하기 위한 때이른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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