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이건희 미술관’(가칭)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부산, 경남 의령, 창원, 광주, 경기도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미술관을 포함한 문화 인프라는 도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역 생존의 필수 요소다. 이제 칼을 뽑았으니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대구가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논리로 경쟁해서는 안된다. 다른 지역에서 움직이니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안된다. 특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다른 도시들도 나름대로 연고를 내세운다. 하지만 대구와는 상대가 안된다. 대구는 이건희 미술관이 와야 하는 당위를 제시하고 치밀한 계획과 비전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당장은 정부가 이건희 컬렉션을 순순히 비수도권에 내 줄지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서울이 문화를 독점해서는 안된다. 이번 논의를 서울의 문화인프라 독점을 깨는 계기로 이어가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건희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은 용납되지 않는다. 서울에는 이미 3개(과천관, 덕수궁관, 서울관)의 국립 현대미술관이 운영 중이다. 또 충청권에는 청주관이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리움, 호암 등 삼성과 연관된 미술관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대구는 오늘날 삼성그룹을 있게 한 모태다.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자타가 인정하는 비수도권 최대, 최고의 문화예술 도시다. 다른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객관적 조건들이다.

대구시는 지난 7일 이건희 미술관 유치추진위원회 구성 및 추진전략 마련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개최했다. 추진위원회는 지역 역량을 총결집해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범시민 청원운동도 전개해야 한다. 대구시의 목표는 삼성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 중 국내외 거장들의 근·현대 미술작품 1천500여 점으로 구성될 미술관을 유치한다는 것이다. 국립 근대미술관은 미술계의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고 이 회장이 미술품을 기증한 정신을 살려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문체부는 즉시 기증품 특별관을 비롯해 국립 근대미술관 건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가 비수도권으로 결정되면 대구 건립의 당위성은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정부가 지방문화 육성을 말로만 해서는 안된다. 비수도권 주민들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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