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가덕도신공항의 운명은

홍석봉


가덕도신공항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 대못보다 더한 쇠말뚝을 박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마지막 장애물마저 제거됐다. 감사원이 대구의 시민단체가 신청한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한 감사를 않기로 한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한 마당에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아무런 걸림돌도 없다. 대구·경북은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 접어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부당성 주장은 물 건너 갔다. 이래 놓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은 거부했다. 외눈박이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다.

가덕도신공항이 과연 옳은 일인가. 부산·경남지역 주민들의 삶을 살찌우는 제2의 관문공항이 될 것인가. 부산시의 청사진대로 번지르르한 공항이 될 것인가.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예산과 안전 문제 등 국민에게 큰 짐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 정책의 원칙이 깡그리 무너졌다. 이젠 대형 국책 사업 때 반드시 실시하도록 돼있는 예비타당성조사는 무용지물이 됐다. 정치권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예타 면제 카드를 꺼내들 명분이 생겼다. 반대 시늉에 그친 국토부는 뒷전에 나앉았다. 언제까지 이 같은 후진적 행태를 되풀이해야 하나. 국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이미 버스는 떠났지만 뒷감당이 우려된다.

-김해신공항 백지화, 실익 없어 감사않아

감사원은 지난 6일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백지화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이미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감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지난 1월 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부당하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했다. 4개월 만의 결론이 정치권의 ‘생떼’에 손 들어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김해신공항 검증위가 김해신공항 추진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바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신중한 검토 없이 대형 국책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모두 귀를 닫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제 순풍에 돛을 달았다. 부산시는 10일 ‘가덕도신공항 기술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덕도신공항 건설 방향과 문제점 및 해결방안 등 본격적인 가덕도신공항 건설 지원에 나선다.

“지금도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도를 생각하면 가슴이 뛰실까?” 김영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 정부의 졸속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고 민주당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2020년엔 미래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가덕도를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했다. “솔직히 이게 나라냐?”며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둘러보며 “가슴이 뛴다”고 말한 다음 날 “가슴이 내려앉았다”면서 가덕도 특별법이 예타 제도의 명줄을 끊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법 통과는 입법 농단이라고도 했다.

-가덕도 대통령, 뒷날 어떤 평가 받을까

김영환 전 의원은 “특별법을 만든 국회를 소환하고 탄핵해야 한다. 이 모든 절차와 관여한 모든 사람과 기관을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가덕도 때문에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4대강 사업보다 더 많은 28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고 안전성이 문제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면피용 보고서이긴 했지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짚었다. 대통령 지시와 국회 압력을 핑계로 핫바지 방귀새듯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결국 “가덕도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는 대통령의 감성이 국책 사업을 마구 헝클어 놓았다. 고향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마음이야 얼마든지 이해한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결론난 사업을 억지 통과시켰다. 자칫 세금 먹는 하마가 돼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우려가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일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가덕도의 운명이 걱정된다.

홍석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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