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한동안 잠잠하던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재건축 규제완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교통 호재와 같은 특정 이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해당 지역의 수요가 집중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곳을 중심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매월 발표하는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와 전세가격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 지수만을 놓고 주택시장의 현황과 상세를 따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가격 상승의 정도를 판단하기는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고,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주택가격전망과 주거비지출전망 같은 심리 지표들이 최근 들어 소폭이나마 하향 안정화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매수우위지수가 기준 미만으로 매도자가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된다면 실수요든 투기든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든 과도한 구매심리로 인해 주택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의 부담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런 낙관적인 기대에 의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택매매시장의 경우, 국지적이고 산발적이긴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신고가 매매는 매물 공급 부족을 야기해 수요자의 심리를 흔들어 가격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은 물론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과의 사이에서 엄청난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 또한 시장 불안 요소로 시장왜곡현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고 해도 빈말이 아닐 정도다.

무너진 공공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향후 국내 주택시장의 안정화에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독점에 가까운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 behavior)가 공공부문에 만연해 있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함으로써 기대효과보다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정책은 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고, 이는 또 다른 곳으로 전이돼 해당 부문의 기능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다.

물론, 그 이면에 과도한 공공부문에 대한 의존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 볼 문제다. 주택공급 주체 중 하나인 민간부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화됐다고 해서 이들의 순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오히려 정보의 집중과 이를 악용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불러 온 것은 아닌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는 것이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정책의 투명성(policy transparency)에 관한 것이다. 주택 관련 세제 결정 구조, 신도시 개발 정책 및 이에 수반된 대규모 인프라 정책 등 관련 정책들의 투명성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의구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정책은 사회적 추동력을 얻기도 어렵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성도 애매해지기 마련으로 정책 실효성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덤이다.

여하튼 앞으로도 부동산(주택) 정책은 투기 근절, 실수요자 보호,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주택공급 확대라는 큰 틀 하에서 계획되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뾰족한 대안이 없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시원한 한 방은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 만큼은 줬으면 한다. 그리고, ‘결국은 부동산’이라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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