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도 바쁜 지방대학을 긴장시키는 소식이 최근 집권 여당쪽에서 흘러나왔다.

올해 신입생 모집 미달 사태 후폭풍으로 지방대학들이 내년도 입학정원을 축소하고 학과를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을 진행하는 가운데, 수도권 대학들을 대상으로 정원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 때문이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민주당 반도체특위)가 추진중인 수도권대학의 정원규제 완화방안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연구소에 따르면 민주당 반도체특위는 서울·경기권 주요 대학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손질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반도체업계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의견도 오갔다는 것.

민주당 반도체특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이르면 이달 안으로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 방안을 보고하고, 8월까지 반도체 업계에 대한 초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이야기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반도체특위 2차회의에서 논의 됐으나 지방 언론에는 주목 받지 못한 내용이다.

현재 대학은 인구집중유발시설로 분류돼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총량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대학 정원 증원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하고, 산업대학, 전문대학, 첨단분야의 대학원대학의 정원증원만 일부 허용하되 이 역시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대학이 정원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도권에 과밀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해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목적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집권여당이 수도권 대학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고 제안하고 나선 것은 지방대가 처한 상황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연구소는 반도체 인력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대학 정원규제를 풀어주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제안은 국가균형발전과 첨단인재 양성을 균형있게 바라봐야하는 집권여당의 위치에 한참 못미치는 제안이라고 했다.

또 수도권대학의 반도체 관련학과의 신설 및 증설이 불가피하다면 수도권대학의 대학내 정원을 조정하고, 반도체 인재양성을 희망하는 대학도 정원 확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학내 정원조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소멸론이 오르내릴 만큼 절박한 처지에 놓인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허탈함에 앞서 배신감이 드는 이야기다. ‘교명 빼고 다 바꾸겠다’는 지방대학 개혁에 힘을 보태주지는 못할망정 쪽박 깨는 소리로 들린다.

반도체 인재양성이 수도권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은 무슨 근거인지 궁금하다는 지역대학 관계자의 하소연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차제에 민주당 반도체특위가 인재 육성을 빌미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 빗장을 여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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