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를 비롯한 대구·경북 일대 신라문화권에 속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 출토유물 보존처리·보관, 문화유적 보수·정비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국가기관이다.

특히 최근 신라왕경 복원정비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 월성, 동궁과 월지, 쪽샘지구(대릉원 옆), 신라대표 사찰인 황룡사지 등에 대한 대규모 발굴조사·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업무량에 비해 전문인력은 문화재청의 직제규정에 묶여 증원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현재 학예사 등 전문 연구인력은 10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5명은 전문임기제 계약직이다.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따라 필요할 때마다 임시직을 채용하는 편법이 일상화 돼 내실있는 문화재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고고학계 사상 최대 규모인 월성 발굴조사의 경우 발굴과 출토 문화재 정비가 동시에 진행돼야 하지만 정비관련 전문인력이 전무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신라시대를 제대로 규명하려면 관련 사료, 문헌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 분야 역시 담당 연구자가 1명뿐이어서 내실있는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는 일본 나라문화재연구소에 비해 정규직 인력이 3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취약하다.

이에 따라 학계, 문화재 관련 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시민모임이 지난 11일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위상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4급인 소장 직급을 고위공무원단급으로 승격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기관 승격이 이뤄지면 기구 확대, 전문인력 확충 등의 해묵은 숙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신라왕경 유적의 체계적 조사는 물론이고 신라학, 경주학, 왕경학 연구가 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주문화재연구소의 직제 승격 추진은 지난 2006년에도 한차례 시도됐지만 무위에 그쳤다. 시민모임 측은 “부여, 나주, 강화 등 문화재청 산하 7개 지방연구소가 모두 비슷한 수준의 인력과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며 “다른 6곳의 역할을 합한 것보다 큰 경주에는 이것이 역차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의 기관 승격 주장은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관계 당국은 지금이라도 경주의 특수성을 감안해 기관 승격과 전문인력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도 연구소의 승격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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