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대구시청 별관 터를 맞춤형 장소로 내놓겠다고 했다. 경북도도 대구 유치를 돕겠다고 나섰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대구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기탁자의 유지를 받들면서 가장 적절한 장소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할 것이다.

삼성가의 이건희 컬렉션 사회 환원 발표 후 유치전이 뜨겁다. 부산, 인천, 세종, 수원, 여수에 진주시와 의령군 등이 연고를 앞세우고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대구시도 지역 문화계를 중심으로 ‘국립 이건희 미술관(가칭)’ 대구유치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대구시청 별관 터(경북도청 후적지)를 건립지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청 후적지는 미술관은 물론 부속 시설까지 모두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 세계적인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도심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곳은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 터와 이건희 회장의 생가, 삼성상회 터와 인접해 있어 속칭 ‘삼성 로드’와 가깝다. 삼성 발원지에서 걸어서도 찾을 수 있다. 경북도는 미술 인프라 불균형 해소를 기대하며 대구 유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게다가 대구는 서울, 평양과 함께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태동지다.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서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미술관 건립은 삼성과 유족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유족들은 여러 가지 여건상 입을 뗄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유치전이 가열돼 정부가 입장이 곤란해지면 최악의 경우 서울을 택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하지만 빌바오 효과 등 관광 거점을 기대하는 수도권 밖, 지방의 문화 갈증 해소와 지역의 유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된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의 정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미술관 건립지 선택에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각종 문화 시설과 자원이 집중된 서울은 원천 배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 명분을 살리면서 지역민들의 문화 갈증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연고와 미술품의 가치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는 지역인지 따져야 한다. 지역민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살펴야 할 것은 접근성이다. 국민은 물론 외국인까지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미술품의 기증 의미를 충분히 살리면서 지역 발전과 지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부여하는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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