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주지역 문화재 보호하려 설치한 철책이 오히려 문화재 훼손

발행일 2021-05-12 15:21:3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주시가 구황동 당간지주에 보호철책이 당간지주 마모시켜

경주시가 유형 문화재인 구황동 당간지주를 보호하려고 설치한 철책이 오히려 당간지주를 훼손시키고 있다.


경주시가 문화재인 구황동 당간지주(돌기둥)를 보호하고자 설치한 철책이 오히려 당간지주를 훼손시키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철책을 잘못 설치한 탓에 당간지주의 받침돌이 마모되는 등 문화재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주 분황사와 황룡사지 사이에 있는 구황동 당간지주는 통일신라시대 제작됐으며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이 당간지주는 가운데 관통된 구멍을 뚫어 남산으로 이어지는 전경을 관찰할 수 있는 등 특별한 양식으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당간지주 사이에 화강암으로 조각한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물로 평가 받으며 고고학계가 연구과제로 중요하게 관찰할 정도다.

경주시가 유형 문화재인 구황동 당간지주를 보호하려고 설치한 철책이 오히려 당간지주를 훼손시키고 있다.


경북대 주보돈 명예교수는 “당간지주는 거북받침 형식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보물급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보호·관리에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구황동 당간지주 주변에 관람객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어른 키 높이의 갈색 철책을 사방에 설치했다.

철책을 설치한 이후 시민과 관광객들은 “천년 이상 자유롭게 노출됐던 당간지주를 철책에 가두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문화재를 보호하려면 주변 경관을 고려해 나지막하고 안전하게 보호막을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철책이 흔들리면서 철책 기둥을 세운 콘크리트 구조물이 당간지주의 거북이 머리 부분과 마찰을 일으키며 문화재를 훼손하고 있다”고 알리며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망가뜨리고 있다”고 경주시의 탁상행정을 질책하기도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민원 때문에 철책을 설치했는데, 콘크리트 구조물이 거북이 머리를 마모시킨다는 민원을 접수한 후 다시 설치하기 위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는 지난해 경북도를 경유해 구황동 당간지주의 보물 승격을 요청했으며, 문화재청이 보물 승격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