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스승의 날 특집)흔들리는 지역 교권…폭행과 성희롱에 시달리는 교사들

발행일 2021-05-13 16:52:5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교권 침해 신고 및 심리 상담 해마다 급증

제도적 보호 장치 미흡…피해 대응 규정 불명확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솔루션팀 구성해 전문적 지원해야

대구시교육청 전경


스승의 날이 무색할 만큼 지역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의 자존심은 고사하고 안전을 걱정해야 할 판이 됐다.

교사를 향한 학생들의 욕설과 폭행, 성희롱 등이 난무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피해 교사가 보상과 보호를 받을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다.

보수적인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마땅히 하소연할 동료나 전담기구가 없다는 게 더욱 비참한 노릇이다.

본보는 제40회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의 교권 침해 상황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하며, 앞으로 교사가 마음 놓고 학생들을 지도할 교육현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을 알아본다.

지난해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만을 품고 반말과 욕설은 물론 폭행을 가해 해당 교사에게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또 지난 3월에는 대구의 초등학교에서 교사의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해당 교사가 담임직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마다 늘어나고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로 대구지역 교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문제는 교권 침해와 이로 인한 상담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교사를 보호할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미흡한 탓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가 떠안고 있다.

2017~2019년 대구지역 교사 교권 침해 신고 건수는 405건이다.

2017년 110건, 2018년 139건, 2019년 156건으로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된 덕분(?)에 전년도보다 절반가량으로 떨어진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딱한 상황이 됐다.

3년 간 신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모욕 및 명예훼손이 260(6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해 및 폭행 32건(7.9%), 수업 방해 26건(6.4%), 협박 8건(1.9%) 등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피해 교사들이 심리 상담을 받는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시교육청 소속인 교육권보호센터와 교육청이 위탁 운영하는 교원심리상담소 등이 지원한 심리 상담 건수는 2017년 161건에서 2018년 224건, 2019년 401건으로 대폭 늘어난 것.

지역 교육계는 교권 침해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으로 교육 민원에 대한 불명확한 대응 규정을 꼽았다.

학생끼리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매뉴얼은 잘 갖춰져 있지만 교사 피해와 학부모 민원 등에 대한 규정이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일선 학교마다 제각각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일관성 없는 기준과 규정을 적용하다보니 화를 키운 셈이다.

피해를 당했지만 외부로 알려지거나 주목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교사들은 자포자기식으로 마냥 참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학교 측도 잡음을 줄이고자 교사 피해를 가급적 ‘쉬쉬’하다 보니 일을 키우게 됐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전담 지원기관이 솔루션팀을 구성해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장학사, 변호사, 심리상담사 등이 참여하는 솔루션팀을 구성해 행정·법률적으로 사건을 공정하고 신속히 처리하며, 적절한 피해 보상과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성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솔루션팀과 같은 전문성과 공정성을 지닌 전담팀이 교사는 물론 학생을 보호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상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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