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이동은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한낮에는 뜨거운 햇살과 더운 공기가 땀방울이 맺히게 하는 봄 날이다. 창밖으로는 푸른 신록이 흐드러지게 돋아나고 있고, 봄을 맞아 피어오른 꽃봉오리에서는 꽃가루가 흩날리고 있다.

그렇게 봄이 흐르던 어느 날, 몇 년 전 내게 수술을 받았던 지인의 소개로 모녀가 찾아왔다.

나이가 지긋한 어머니를 모시고 중년의 딸이 함께 온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눈꺼풀 처짐이 다들 공통의 관심사다. 그런데 이 모녀에게는 다른 걱정이 있는 모양이다.

눈썹 바로 아래, 눈꺼풀이 푹 꺼져 있는 것이다. 젊었을 때, 눈이 예쁘다는 말을 듣고는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눈이 점점 꺼져 들어갔고, 잔주름도 늘어가면서 지인들로부터 어디 아픈 데가 있느냐는 소리를 자주 듣게 돼 상담하러 찾아온 것이다.

“누굴 닮아 이런 모양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함께 온 딸에게도 그런 모습이 약간 보이는 듯하다. 혹시 친척 중에 이런 모양의 눈을 가진 분이 계신지 물어봤더니, 어머니의 이모라는 분 역시 그런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얼굴 모양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인 것이라, 아마 집안내력일 가능성이 가장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바로 한 가족임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나쁘게 생각할 것 만은 아닙니다. 다만, 너무 심하다면 약간 교정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안심 시켜드리고 교정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이가 들면서 눈의 노화가 진행되는 모습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피부가 두꺼운 사람인 경우에는 눈꼬리부터 처짐이 시작되면서 눈뜨기가 힘들고 눈의 가장자리가 짓무르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런 경우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면서 눈꺼풀 지방을 제거해 무게를 줄여주고 눈을 뜨기 쉽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른 하나의 형태는 얼굴 부위의 살이 빠지면서 눈 주위의 조직이 퇴화하면서 생긴다. 눈꺼풀을 당겨주는 근육 역시 지방으로 퇴화하면서 눈꺼풀과의 연결 부위도 느슨해져 눈 안쪽으로 당겨져 들어가는 형태이다. 눈썹 아래 눈이 안으로 쑥 들어가면서 눈꺼풀도 같이 들려 올라간다. 그래서 눈이 작은 것은 아닌데, 잔주름이 많이 생기고 어딘지 모르게 아파 보이는 인상으로 변하는 것이다.

상태가 좋아질 수 있을지 물어보는 모녀에게 어떻게든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을 하고 처진 눈썹을 당겨 올리고, 쌍꺼풀을 다시 만들면서 꺼진 눈을 채워주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당일, 눈썹을 들어 올리면서 주변의 주름을 해결하기 위해 피부와 조직들을 제거했다. 마침 문신이 돼 있는 눈썹 아래 부분을 꼼꼼하게 봉합을 해서 흉터가 눈에 띄지 않게 맞췄다.

다음은 눈꺼풀 차례. 젊었을 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라인을 찾아 절개를 한 다음, 눈꺼풀 당김근을 찾아 느슨해진 연결 부위를 다시 단단하게 보강해 줬다. 그 윗부분의 꺼진 눈을 어떻게 메울까 고민하다 눈꺼풀을 당겨 올리면서 떼어낸 조직의 아랫부분 속살을 꺼진 부위에 이식해 주기로 했다.

복잡한 수술 과정이었지만 모두 눈 안쪽이라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게 눈 안쪽을 마무리했다. 수술 도중 여러 차례 눈을 뜨는 데 이상은 없는지, 좌우가 같은지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 수술을 모두 마쳤다.

모든 수술과정을 마치고 꺼져 있던 눈이 다시 도톰하게 변하면서 눈의 모양도 달라져 어색해 하는 환자에게 “젊었을 때 눈으로 되돌아가면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부기와 멍이 빠지면서 자연스러워지면 한결 좋아질 것”이라고 안심 시켜 줬다.

실밥을 빼던 날,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모녀는 수술 결과에 만족하는 모양이다. “이제 더 이상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그간의 불편을 위로했다.

함께 온 딸이 “나도 엄마처럼 눈이 쑥 들어가면 선생님 찾아 올께요”라는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은 기분 좋게 병원을 나섰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딸이 엄마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병원 문을 열고 들어 올 날을 기다린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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