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중증장애 극복한 작은 거인 김현준 대표||브랜드 정체성 확립 후 매출 승승장구, 1

▲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김현준 대표(왼쪽)가 본사 상호 앞에서 이호준 직영점 대표, 이창재 본점 부대표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김현준 대표(왼쪽)가 본사 상호 앞에서 이호준 직영점 대표, 이창재 본점 부대표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우리나라 커피 산업은 ‘레드오션 중 레드오션’으로 정평 나 있다. 그중에서도 대구는 우리나라 커피 프랜차이즈의 성지라고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커피명가’, ‘다빈치커피’, ‘핸즈커피’, ‘봄봄’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커피 브랜드가 100여 개에 달할 정도다.

한해에도 수십여 개의 커피 브랜드가 나왔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커피 업계에서 오직 맛과 실력으로 승부하며 무섭게 영역을 확장 중인 지역 커피 브랜드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다.

2008년 직원 1명의 작은 ‘가게’에서 출발했던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는 어느새 5개 지점, 정직원 14명을 거느린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곳의 핸드드립 커피는 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알려졌으며, 독창적인 시그니쳐 음료들은 숱한 마니아층을 양성했다.

특히 올해는 한국판 미셸린 가이드라고 불리는 ‘블루리본’에 지역 커피 업계에선 드물게 선정됐다. 자타공인 우리나라 커피 맛집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 정도면 조금은 우쭐할 만도 하건만 김현준(43) 대표는 여전히 겸손하고 소탈하다. 커피맛을 ‘조금’ 아는남자라는 독특한 작명도 그의 겸손한 성격에서 기인했다.

그는 “시기를 잘 탔을 뿐이다”며 “커피로 대구에서 1등 할 생각은 없다. 그저 먼 훗날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커피는 먹을 만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현준 대표는 이미 지역사회에선 유명인사다. 역경을 극복한 ‘작은 거인’으로 매스컴을 숱하게 탄 그는 ‘골형성부전증’이라는 선천적 중증 장애인으로 태어나 종일 휠체어에서 생활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떤 장애도 그의 커피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선천성 유리 뼈로 원래 커피를 한 모금도 마시면 안 되는 몸이었지만, 운동과 꾸준한 관리로 극복했다.

오직 커피가 좋아 20대에 회사생활을 관두고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역시 커피 업계는 녹록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그에게는 더욱 그랬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그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이었다.

그는 “소비자들이 나를 사장으로 인지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저 장애인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면서 “내가 먼저 다가가야 했다. 고객들에게 커피 맛이 어떤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항상 물었다. 1년 정도 지나니 어느 정도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커피맛을아는남자 명함.
▲ 대구경북디자인센터가 디자인한 커피맛을아는남자 명함.
커피 맛에는 자신 있었던 그였지만, 장사는 또 다른 일이었다. 단골손님 위주로 소소하게 영업을 해오던 그에게 2018년 변화의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대구경북디자인센터와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사진과 손 글씨 등 매장 실내장식을 직접 해오던 그는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10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도 브랜드 정체성 역시 불명확했다.

▲ 커피맛을아는남자 쇼핑백.
▲ 커피맛을아는남자 쇼핑백.
센터는 독창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네이비와 핑크 두 가지 색을 메인 컬러로 삼았다. 따뜻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졌던 손 글씨도 전문가의 감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중구난방이던 ‘굿즈’도 브랜드 통일성을 갖추게 됐다.

▲ 커피맛을아는남자 종이컵.
▲ 커피맛을아는남자 종이컵.
그는 센터와의 협업 이후 비로소 ‘장사’에서 ‘사업’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매출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디자인 협업 이후 매출은 그 이전보다 150% 이상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 대비 50% 이상 높은 15억 원이다.

김 대표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 받은 사랑은 사회공헌활동으로 돌려드리고 싶다”면서 “나는 기업인이기 때문에 비영리 단체는 아니지만, 대구 로컬 브랜드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처럼 생각하는 직원들과 함께 꿋꿋이 걷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커피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커피 한 잔으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줄 수도,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도 있다. 커피라는 문화와 그로 인해 누리는 행복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본점 전경.
▲ 커피맛을조금아는남자 본점 전경.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