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취향, 욕구 등 주제로 대형 페인팅 작업하는 3년차 작가

▲ 김상덕(29) 작가.
▲ 김상덕(29) 작가.
▲ 김상덕(29) 작가는 “나의 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상덕(29) 작가는 “나의 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는 기형적이면서 뒤틀리거나 불안한 형태들 등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비주류를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형태를 원하는 대로 그림에 표현하는 게 정말 재밌습니다.”

‘자신의 취향을 물질화시키는 작가’라고 본인을 소개한 김상덕(29) 작가는 3년 차에 접어든 신입 청년 작가다.

열정 넘치는 그에게 작품의 소재는 넘쳐난다. 매달 1개의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전시관에 걸린 대형 작품만 10점 이상이다. 현재까지 드로윙 작업 권수는 150권이 넘는다.

김상덕 작가는 군대에서 막연히 지나가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서 마주한 사람들, 상황들, 장면들을 그려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김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관심이 가지만 실제로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그림을 통해 분출해 대리만족하고 있다”며 “피규어를 모으듯 무언가를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그림에 집중하면서 대리만족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19년 갤러리 분도에 첫 전시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에 입주작가로 활동하며 창작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말부터는 가창창작스튜디오에서 머물며 영천의 시안미술관과 대구예술발전소 등에서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 김상덕 작 내일 아침 미상의 장소로 출발할 것이다, mixed media on canvas, 31.8x40.9cm, 2021
▲ 김상덕 작 내일 아침 미상의 장소로 출발할 것이다, mixed media on canvas, 31.8x40.9cm, 2021
▲ 김상덕 작 우선 선물을 줘서 호감도+50, mixed media on canvas, 31.8x40.9cm, 2021
▲ 김상덕 작 우선 선물을 줘서 호감도+50, mixed media on canvas, 31.8x40.9cm, 2021
김상덕 작가는 주로 개인적인 취향, 욕구 등을 주제로 페인팅 작업을 한다.

게임이나 기계, 건물, 영화, 역사 서적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기형적이고 해체되며 뒤틀린 형태에 크게 주목하고 영감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천진난만하고 웃음이 많으며 외향적인 모습이 많지만, 그 속에 숨겨진 소심함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인지 본인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기에는 어려워 작품을 통해 자신의 비주류적인 취향과 욕구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관객에게 그의 취향이 들키지 않게 해체해 알 수 없게 만든다.

김상덕 작가는 “나는 작품에서 관객들에게 ‘암호 같은 신호’를 보낸다”며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자극적이고 모험적인 행위이면서도 나의 선을 지키는 타협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40대의 한 남성 관객이 자신의 취향을 절반가량 맞춰냈다는 것이 흥미로운 기억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와 나이대가 다른 한 관객이 지난해 영천 시안미술관에서 전시전에 걸린 내 작품을 보면서 내가 표현한 것들을 연상시켰다. 그 관객을 보면서 혼자 들킨 기분이 들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며 “하지만 다음부터는 더 보물찾기하듯 꼭꼭 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 김상덕 작 최저, 최고지능 달성, mixed media on canvas, 162.2 x 130.3cm, 2019
▲ 김상덕 작 최저, 최고지능 달성, mixed media on canvas, 162.2 x 130.3cm, 2019
▲ 김상덕 작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_캔버스천에 혼합재료_270 x 610cm_2020
▲ 김상덕 작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_캔버스천에 혼합재료_270 x 610cm_2020
김상덕 작가는 오는 6월6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1층 윈도우 갤러리 ‘2021 수창동 스핀오프’ 시리즈 전에서 ‘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장난기가 어린 작품을 볼 수 있다. 높이 2.7m, 길이 6m의 대형 컨버스 천에 그의 욕구를 마음껏 풀어냈다.

그는 타인들에게 쉽게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취향, 욕구 같은 요소들을 작품 속에 담았다.

그는 “단청이나 동충하초, 복슬복슬한 다리털 등을 표현했다”며 “관객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물찾기하듯 자신이 표현한 장난이나 취향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재밌게 감상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특별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다 유리벽 너머로 전시된 작품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는 것.

김 작가는 “다른 작품을 보고 멈춰 서거나 호기심을 갖는 경우가 없었는데 작품을 보고 감명받았다”며 “나 역시도 이번 전시전을 열면서 생각대로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지만, 생각보다 공간이랑 기획이 잘 어우러져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목표는 ‘그림 잘 그리는 할아버지’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이 무궁무진한 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평생 그리고 싶은 그림을 꾸준히 그리는 것이다.

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돼 주변에서 그려달라는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주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김상덕 작가는 “나의 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풀어내는 것에 계속 집중하고 싶다”며 “나의 취향이 어떤 이유에서 생긴 것인지에 대한 근원을 풀어내는 것은 아직은 크게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또 정치, 시사 등 깊은 주제를 다루는 것보다는 지금 관심이 가는 것들이 정말 많기에 지금의 널려있는 것들, 온전히 나의 것에 집중하고 싶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더 복잡해질 수도, 정리될 수도 있다. 스스로 진정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작품의 방향성과 가치관을 달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덕 작가는 오는 6월 행복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에서, 7월에는 갤러리 분도 등 올 하반기까지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펼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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