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짧은 생각과 말

발행일 2021-05-20 14:19: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 장성애 소장
장성애

하브루타창의인성교육연구소장

지난 13일 국회 본의회 진행 발언에서 문정복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 간의 설전은 생각할수록 참 씁쓸한 맛을 더해준다.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핵심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너무나 익숙한 상황이며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관용어구가 된 말들이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문정복 의원과 류호정 의원 간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 간의 공개된 대화를 잠시 들여다보자.

문 의원 : “아니 그걸 당신…”

류 의원 : “당신?!!”

문 의원 : “야!”

류 의원 : “야?”

문 의원 : “어디서 지금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두 사람의 대화 속에는 ‘무시’라는 감정 단어가 깊숙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문 의원이 ‘당신’이라고 말하는 순간,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당신!!!’이라고 감정이 들어간 류 의원의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때 류 의원은 ‘당신’이라는 호칭을 어떻게 받아들였기에 바로 언성이 올라가며 짧게 받아쳤을까? 문 의원은 류 의원의 ‘당신’이라고 소리를 높이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기에 바로 ‘야!’라고 소리를 치고 있으며, 메아리처럼 류 의원은 되풀이하고 있을까?

‘어디서 지금 감히! 어디서 목소리를 높여!’ 결국은 하지 말아야 할 마지막 말까지 내뱉고야 만 문 의원과 계속 본회의장을 울리는 류 의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 의원과 류 의원이 요구하는 것은 ‘예의’이다. 예의를 갖추지 않는 상대방의 모습만 보고 자신이 예의를 갖추지 않는 모습은 살펴볼 겨를이 없다. 왜냐하면 ‘무시’당했다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다 볼 이성은 맥을 못 추고 꼬리를 감추기 때문이다.

제354회 국회 본회의 참석 의원 199명 만장일치로 가결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고 있다. 인성교육진흥법은 대상은 유치원·초·중·고등학생이며 학부모는 국가·지자체·학교의 인성 교육 진흥시책에 도움을 줘야 하고, 인성 교육 교원연수 강화와 인성 교육 전문인력양성을 토대로 하고 있다.

왜 인성 교육이 전례 없이 국회에서 법으로 제정해야만 했을까에 대한 답을 두 의원의 소통이 되지 않는 의사표현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상한 감정 표현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두 의원뿐만 아니다. 국회에서 보여주는 의원들의 소통 방식에 정작 인성 교육의 대상은 국회의원들이라는 것을 너무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두 의원 간의 국회에서의 촌극으로 미뤄볼 때 국회의원이 먼저 국회에서 정한 법률로 의사소통 교육의 방법을 배우는 인성 교육을 이수한 후 입성을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공자는 제자인 자공으로부터 평생토록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한 답으로 공자는 ‘서(恕)’를 말한다. ‘내가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거나 주지 말라.’ 서(恕)는 마음(心)이 같다(如)는 뜻이 조합된 한자어이다. 상대에게 예의를 요구한다면 내가 예의를 갖춰야 한다. 무례한 언행이나 처사라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법의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같은 마음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서(恕)가 될 것이다.

부모교육이나 부부교육을 할 때 화를 내거나 짜증을 잘 내는 아이, 혹은 큰 소리도 대드는 자녀를 준 부모들에게 나는 항상 부모가 먼저 예의를 갖추면 아주 쉽게 해결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엄마 : 너 목소리가 좀 높구나, 목소리를 낮춰서 친절하게 말해줄래?

아이 : 왜요!!!

엄마 : 나도 지금 목소리를 낮춰서 친절하게 말하고 있잖니?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말해줘

이 방법으로 부모-자녀들이 많이 변화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요구하는 쪽에서 친절한 태도를 보이면 상대도 당연히 그렇게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국회의원이 서로 상대의 잘못된 점만 반복해서 말하며 사과하라고 재촉하기 이전에 이 간단한 의사소통 방법을 쓰면 어떨까 제안을 해본다. 또한 두 의원의 언행으로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행위에 사과도 했으면 더 좋겠다. 물론 모든 국회의원이 이 간단한 소통 방법을 쓸 수 있다면 대한민국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 국회는 법률을 만들기도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인성을 갖추지 못한 태도는 어쩌면 법을 어기게 되는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그 법을 제정한 국회 본회의장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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