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맹공에 이준석ㆍ김웅 “본인이 계파 정치” 반박

▲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백신협력 방미대표단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백신협력 방미대표단 결과 보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계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여론조사상 1·2위를 다투는 나경원 전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상대방을 각각 ‘유승민계’ ‘친박근혜(친박)계’로 칭하며 공격에 나섰다.

옛 친이명박(친이)계·비박(비박근혜)계 인사가 중심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통합연대에서는 친이계 출신인 주호영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문건이 나와 논란이 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차기 당대표는 어느 때보다 중립성·공정성이 요구된다”며 “특정 계파 당대표가 뽑히면 윤석열(전 검찰총장)·안철수(국민의당 대표)가 과연 오겠냐”고 했다.

‘유승민계’로 불리는 이 전 위원과 김웅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특정 계파에 속해 있거나, 특정 주자를 두둔하는 것으로 오해받는 당대표라면 국민의힘은 모든 대선주자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며 “정권 교체 필패 코스”라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과 김 의원은 즉각 반박했다.

이 전 위원은 “나 후보의 말씀에 공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구 친박계의 전폭 지원을 받는 나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이 상당히 주저할 것 같다”며 맞받아쳤다.

김 의원도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를 꺼내 후배들을 공격하고서 용광로 정치가 가능하겠냐”며 “계파 정치 주장은 ‘흉가에서 유령을 봤다’는 주장과 같다”고 했다.

또 이날 국민통합연대가 전날인 지난 25일 지역 조직에 ‘긴급 중앙임원 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당대표 후보로 주 의원을, 최고위원 후보로 조해진·배현진 의원과 정미경 전 의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협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의원과 정 전 의원 역시 친이계로 분류되고, 배 의원 역시 국민통합연대와 가까운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측근이다.

친이계 좌장 격으로 국민통합연대 중앙집행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문건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상임고문은 “내가 지시한 바도 없는 결정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도 “지금이 인공지능(AI) 시대인데 계보 따지고 계파 따지고 하는 그 자체가 한심하다”며 “계파를 따져 상대를 공격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주 의원 측도 이와 관련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 의원 측 선대위의 박종희 선대본부장은 성명에서 “(우리와)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 계파정치라는 공격은 터무니없다”며 “계파정치 프레임 덮어씌우기야말로 전형적 구태이자 청산돼야 할 공작정치다. 주 의원은 계파 정치를 몰아내는 데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의 존재가 알려지자 이 전 최고위원과 김 의원 등 소장파 후보들은 일제히 비판을 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문건과 관련한 보도 내용을 올리며 “저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것이 척결해야 할 구태’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김 의원도 페이스북에 “존재하지도 않는 계파의 프레임에 걸려 악전고투할 때도 첫 도전자가 겪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며 ”저는 더 이상 계파정치가 없다고 역설했는데 정작 계파정치가 따로 있었다”고 비난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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