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서대구산단..근로자들로 꾸려진 ‘FM밴드’ 첫 출발

발행일 2021-05-27 19:24:3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FM밴드 단원인 서대구산단 고동현 이사장 포함 근로자, 은퇴자 등 20여 명 참여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근로자로 구성된 FM밴드 음악 교육을 맡은 정선우 뮤직랜드 대표와 고동현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지난 13일 오후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 근로복지회관 2층 회의실에서 FM밴드 단원들이 특강 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6시30분께 서대구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서대구산단) 근로복지회관 2층 회의실에서 어설픈(?)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서대구산단 FM(Factory with Music)밴드 첫 특강 수업이 있는 이날에는 하루 근무를 끝마친 20명의 단원과 이들을 가르칠 음악 선생 6명 등 모두 3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FM밴드 주제가를 만드는 교육이 진행됐다.

뮤직랜드 소속의 김민구 작곡가의 도움 아래 단원들 각자가 서대구산단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담긴 내용을 가사로 만드는 수업으로 이뤄졌다.

서대구산단의 홍성 텍스타일 근로자 신용호(48)씨는 통기타를 들고 해맑게 웃었다.

신 씨는 “음악에 관심은 있었지만, 일하기 바빴는데 직장에서 밴드를 할 기회가 생기다니 정말 감격스럽다”며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단순 일회성이 아닌 코로나로 힘든 근로자들에게 이번을 계기로 모두 힘이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단원은 서대구산단 근로자가 대부분이지만, 음악에 흥미와 관심이 있는 근로자의 가족과 인근 주민도 참여했다.

서대구실버하우스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김현정(52·여)씨는 보컬로 지원했다.

학창 시절 합창단 활동과 함께 직장 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서구문화회관의 가곡 교실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다녔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프로그램이 올스톱되면서다.

김씨는 “취미로 스트레스도 풀고, 앞으로 봉사활동의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봉사할 기회가 될 것 같다”며 “또 스스로도 남 앞에 자신있게 나서는 것에 대해 용기도 배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음악적 재능은 없지만, 삶의 활력을 받기 위해 지원한 서대구산단 미광금사 배경덕씨, 공인중개사 한원수씨, 택시 운전자 김대곤씨, 은퇴자 강병조씨 등도 열정 어린 눈빛을 보였다.

FM밴드 단원이 바이올린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
카혼 음악 교사 이태현씨가 지난 13일 열린 특강 수업에서 FM밴드 단원들에게 악기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FM밴드 단원이 통기타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이날 뮤직랜드 소속의 음악 교사 6명(보컬 2명, 기타 1명, 카혼 1명, 건반 1명, 바이올린 1명)은 단원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카혼 음악 교사 이태현(29)씨는 “취지가 좋아서인지 근로자들 모두가 열정이 넘쳐 빨리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마음이 급하다”며 “단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대구산단 근로자들로 구성된 음악 밴드인 ‘FM밴드’가 첫 출발을 알렸다.

대구지역에 있는 6개 산단에서 밴드를 창단한 것은 서대구산단이 유일하다.

FM밴드는 지난 4월 FM밴드 창단식 및 임명장 수여식을 가졌으며, 뮤직랜드가 이달부터 오는 11월까지 약 6개월에 걸쳐 매주 목요일 단원들의 음악교육을 담당한다.

훈련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구문화재단의 지역 특성화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정선우 뮤직랜드 대표는 “서대구산단에는 2천여 개 공장이 있고 근무자와 그 가족들만 해도 2만 명이 넘지만,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열린 적이 없었다”며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늘 음악 수업 등 욕구가 있었고, 코로나 블루를 겪는 근로자들이 극복할만한 계기를 생각했다. FM밴드는 근로자 각자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 창단하게 됐다”고 했다.

FM밴드는 다음 달부터 탄생한 주제가에 맞게 악기별 레슨 및 합주 수업을 병행한다.

오는 8~9월에는 본격적으로 음원 녹음작업, 10월에는 주제가에 맞게 단원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 영상을 제작한다.

만들어진 결과물은 지역사회에 환원해 내 영상 송출 및 봉사, 초청 연주로 활용될 예정이다.

향후 서대구산단 FM밴드는 공식적인 음악 밴드로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1월4일 서대구 지식산업센터 야외무대에서 창단 연주회를 개최하며, 단원들의 꾸준한 연습과 봉사로 지역민과 근로자들을 위한 연주 기회를 수시로 가진다.

또 서대구산단 인근의 퀸스로드 등 야외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보컬 단원으로서 참여한 고동현(71) 서대구산단 이사장은 “서대구산단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며 “나 또한 가곡 등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두려움도 있다. 단원으로서, 서대구산단의 이사장으로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참여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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