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도로 위 위험기상, ‘안개’

발행일 2021-05-27 15:10:0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박광석 기상청장
박광석

기상청장

교통안전에 있어 날씨와 계절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비, 눈, 도로살얼음은 도로를 미끄럽게 해 사고를 유발하며, 강풍은 자동차를 전복시키거나 해상교통에서는 높은 파도를 일으켜 안전을 위협한다.

그러나 계절별, 육지나 해상이라는 환경적 요인을 가리지 않고 도로교통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안개’다.

안개는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지표 가까이에서 작은 물방울들이 떠 있으면서 시정 장애를 일으키는 기상현상이다. 주로 안정적인 대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천둥·번개나 태풍처럼 요란한 위험기상은 아니지만 도로, 항공, 해운 등 교통수단과 만났을 때 위험도가 높아진다. 안개는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충돌이나 방향 상실 등을 일으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항해경에 따르면 해양사고의 셋 중 하나는(약 30%는) 해무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인 농무기(3~7월)에 일어났고,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안개가 낀 날에는 맑은 날에 비해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치사율이 3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안개는 연중 발생하지만,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대기가 안정한 날이 많은 봄, 가을철에 많이 발생하고, 비 오는 날이 많은 장마철에도 안개일수가 증가한다. 지난 10년간(2011~2020년) 전국 45개 관측지점의 안개일수를 살펴보면 3~5월과 10~11월에 월평균 300여 건으로 발생했고, 1월이 178건으로 가장 적었지만, 7월에 448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다.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서 안개의 종류도 다양하다. 안개의 발생 원리에 따라 안개 지역이나 지속시간 등에 차이가 있다.

먼저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날이 맑다’라는 속담에 등장하는 ‘복사안개’가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밤이 되면 낮 동안 축적된 태양에너지를 우주 공간으로 방출(=복사)하는데, 이 복사에너지로 인해 기온이 낮아지면서 발생하는 안개가 바로 복사안개이다. 주로 내륙을 중심으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며, 기온이 가장 낮아지는 새벽에 안개가 생기기 시작해서 일출 후 기온이 올라가면서 소산하는 특징이 있다. 특히 구름 없이 맑은 날, 바람이 잠잠한 아주 안정적인 대기에서 수증기 응결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복사안개가 나타나고, 아침에 나타난 복사안개가 걷히면 구름 없이 맑아지는 경우가 많다.

또 주로 바다나 큰 호수에서 나타나서 ‘바다안개(=해무)’라고 부르는 이류안개가 있다. 이류는 공기나 열 등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흐름을 나타내는 말이다. 즉 따뜻한 공기덩어리가 상대적으로 차가운 해수면으로 이동할 때 해수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생기는 안개이다. 해수면 온도보다 기온이 높아지는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많이 발생하게 된다. 복사안개가 지형적 영향으로 좁은 지역에서 단시간 발생하는 반면, 이류안개는 넓은 지역에 걸쳐서 발생하며 안개층이 더 두껍고, 한번 발생하면 수일에서 길게는 한 달 동안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그 외에도 장마전선 같은 성질이 다른 두 공기층이 만나는 부분(=전선)에서 생기는 ‘전선안개’, 산 사면을 따라 공기가 올라가면서 냉각돼 생기는 ‘활승안개’, 늦가을 찬 바람이 따뜻한 호수나 강을 지나면서 아지랑이 피듯 생기는 ‘증발안개’가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주행 중이나 선박 운항 중에 안개 낀 지역을 지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속 운전’이다. 또 차량은 안개등과 비상등을 켜고, 선박은 사이렌을 켜서 자신의 위치를 상대방에게 주의시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내륙과 해안의 가시거리를 관측하고, CCTV를 활용해 안개를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또한, 관측장비를 설치할 수 없는 바다의 안개도 천리안위성을 통해 분석된 안개 영상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짙은 안개가 예상될 때에는 ‘상세안개정보’를 별도로 발표하므로 날씨알리미앱, 해양기상정보포털(marine.kma.go.kr) 등으로 확인해 안전한 운전·운항에 참고하길 바란다.

흔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을 ‘안개’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기상청이 신속하게 제공하는 기상정보와 함께라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먼저 대비하고 파악할 수 있어 안전 운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시사철 조심해야 할 ‘안개’, 기상청이 제공하는 정보와 함께 안전운전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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