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도자에 대한 열망에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흙의 고유한 성질인 물성 살리는 데

▲ 이슬아 도예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슬아 도예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슬아 도예가.
▲ 이슬아 도예가.
워킹맘이자 지역 예술가로 활동하는 이슬아(41·여) 도예가가 지난 4월 대구에서 첫 데뷔전을 치렀다.

수성아트피아의 후원전으로 진행된 전시에서 작가는 이슬아의 ‘도자기 안의 리듬감(SOUND WAVE IN PORCELAIN)’이라는 작품명을 내걸고 작품 30여 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대구가 고향인 작가는 2007년 계명대학교 공예디자인과에서 도예를 전공 한 뒤 이듬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2015년 독일의 할레 브루크 기비헨슈타인 국립미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도자기·유리전공)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가 독일로 떠나게 된 것은 서양 도자기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서적이 그를 서양의 도자기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는 전통 도자와 다른 색다른 도자기에 매료됐고, 당시 28살 어린 나이에 남편과 결혼 후 고민할 것도 없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2008년부터 독일에서 유학 생활과 함께 단체전 등을 가지며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10년가량 지냈다.

그가 한국에 귀국한 지는 만 2년 남짓하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추구하는 전통 도자는 거칠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하지만 서양 도자는 깔끔하고 아기자기해 나의 성격과 맞았다”며 “당시 음악을 전공한 남편도 유학에 뜻이 있어 결혼식을 치르고 곧바로 함께 독일 유학을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국내에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싶어 고향인 대구로 왔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이러다 더 늦어지겠다 싶어 수성아트피아의 공모에 도전했고, 부랴부랴 준비해 좋은 성과를 봤다”고 웃으며 말했다.

▲ 이슬아 작 objet 2
▲ 이슬아 작 objet 2
▲ 이슬아 작 objet 시리즈
▲ 이슬아 작 objet 시리즈
이슬아 작가의 작품은 국내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하다. 익히 알려진 도자기의 선입견을 깼다.

그가 한국에서 배운 수공예적인 요소와 독일에서 배운 석고 캐스팅을 조합해 작업해서다.

이 작가는 독일 유학 시절, 수업 시간에 ‘도자기의 유연성’에 대한 표현법을 찾다가 여러가지 시도 끝에 독창적으로 자기만의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물에 넣기도 하고 손으로 늘려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찾다가 표면을 잘라봤다”며 “결과물에 대한 교수와 친구들의 반응은 좋았다. 여기에 나만의 색을 더하면서 나만 할 수 있는 기술이 됐다”고 말했다.

이슬아 도예가는 흙의 고유한 성질인 물성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 원기둥 형태의 기물이 건조되기 전 일정한 간격과 길이로 자른 뒤 가마 속 불에 의해 변형되도록 유도한다.

도자기지만 마치 종이, 가죽, 칼국수 같고 새하얗고 반짝거리지 않은 매우 가벼운 도자기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 작가는 “흙이란 재료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다른 도자기들은 불에 의해 기존 모양이 변형되면 실패작이 되지만 나의 작업은 변형이 많이 될수록 재밌어진다. 모든 작품에 ‘직선’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흙의 물성에 맞게 변형을 일으키는 것은 결국 불과의 싸움으로 실패율도 높단다.

다만 변형이 많이 일어날수록 작품성은 높아져 혹여 실패하더라도 깨버리거나 저렴하게 판매하지 않고 작품 그대로를 인정한다.

▲ 이슬아 작 objet 시리즈 빨강열매
▲ 이슬아 작 objet 시리즈 빨강열매
특히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직선과 곡선은 ‘정신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확한 정렬과 간격은 본인에게 평안함을 주지만 불의 힘에 뒤틀린 곡선은 불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 작가는 “불에 의해 흔들리고 틀어지며 결국 직선이 아닌 자유로운 곡선으로 바뀐다”며 “내가 직선을 소망한들 불에 의해 그 직선이 주는 평안함이 깨지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나를 작품에 의인화시켰다”고 말했다.

또 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재밌는 점은 동·서양의 미가 한꺼번에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이 독일전시에서는 전통 한국 도자의 미가 느껴지며, 한국에서는 서양의 미가 느껴진다고 했다는 것.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아이러니한 점을 느꼈다”며 “나의 작품은 독일과 한국 그 경계선상에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미학을 공부해볼 계획”이라고 웃음 지었다.

5살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그에게 주어진 하루 중 작업시간은 아주 소중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시간, 잠 재우는 시간에 맞춰 작업도 정리해야 하는 등 육아로 개인 작업시간이 많지는 않다”며 “하지만 나름 요령이 생겼고, 오히려 온종일 시간에 얽매이며 작업하는 것보다 능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의 계획은 지금 하는 작업의 크기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이슬아 도예가는 “크기가 더 커지면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하지만 변형은 더 극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또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전시전을 열면서 다른 작가와 협업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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