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간 힘겨루기 양상…한노총 우세 공사현장은 민노총, 민노총 우세 공사현장은 한노총 집회



▲ 지난 2일 오전 대구 중구 한 공사현장 앞에 노동조합들의 차량들이 줄지어 집회를 가지고 있다.
▲ 지난 2일 오전 대구 중구 한 공사현장 앞에 노동조합들의 차량들이 줄지어 집회를 가지고 있다.


대구지역 아파트 공사현장마다 노동조합의 집회가 줄을 잇고 있다. 노조원 고용을 둘러싸고 건설 현장 내 해당 근로자 채용 비율을 높여달라는 의미로 최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힘겨루기 양상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건설지부(이하 대경민노총)에 따르면 중구 태평로2가 힐스테이트 대구역을 비롯해 힐스테이트 동인센트럴, 북구 고성동 힐스테이트 대구역오페라까지 3개 현장에서 노조원 45명이 매일 집회를 갖고 있다.

힐스테이트 대구역 현장 앞 집회는 지난 2월16일부터 시작돼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민노총은 대구경북지역 철근콘크리트협의회(이하 대경철콘협회)와 대구경북지역 노동조합총연맹(이하 대경노총)의 교섭안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집회 이유로 꼽았다.

대경철콘협회와 대경노총은 10여 년 전 대구지역 아파트 지하층 공사현장의 경우 지역민 우선 고용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 지역 아파트 지하층 공사현장 내 대구 지역민 근로자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경민노총 관계자는 “대경철콘협회와 대경노총이 맺은 교섭 조건에 맞게 타지·이주 근로자를 쓰는 업체들은 대구지역 근로자를 채용하라고 농성 중”이라며 “대기업 하청업체는 대부분 업체 소속의 타지 근로자 또는 임금이 낮은 이주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일부 건설 현장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온다.

한국노총 주도로 대구 7곳의 건설현장에서 집회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집회의 목적은 한국노총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의 고용확대다.

한 공사현장 대경민노총 관계자는 “업체가 민노총의 요구를 들어주면 한노총에서 들고 일어나고, 한노총의 요구를 들어주면 민노총이 들고 일어난다”며 “업체는 노조의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하도급 계약을 하고 있다. 집회를 한다고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예전부터 대규모 현장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돼 특별히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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