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영천보건소장
▲ 최수영 영천보건소장








공직을 떠나 제2의 인생을 준비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수영(61) 영천시보건소장은 지난 1월 34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공로연수 대신 명예퇴임을 선택했다. 공직을 떠나 자신 만의 삶을 설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직을 쉽게 떠날 팔자(?)가 아니었다.

최 소장의 퇴임을 앞두고 영천시는 2019년 말부터 후임 보건소장에 대한 공개모집을 두 차례나 진행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퇴임 이후의 여유 있는 삶에 대한 기대는 잠시 접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데다 영천의 보건을 책임질 수장마저 공백인 상황에 자신의 삶을 찾겠다는 것은 사치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 소장은 영천 출신으로 대구보건전문대(방사선과학과)를 졸업하고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산업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 공직에 몸담은 후 사회복지과, 건강관리과 등 보건관련 부서를 두루 역임했다.

특히 탁월한 추진력과 빈틈없는 행정역량을 인정받아 2019년 보건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영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난해 2월18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월18일은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몇 달 동안 도심 기능이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영천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되자 자정을 한 시간 앞두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지역 확산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논의했다.

다음날인 19일 지역 640여 곳의 대중이용시설을 임시 폐쇄하는 등의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또 확진자 동선을 신속히 파악하고 시청 홈페이지에 게시해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시민이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

특히 당시 코로나19 진원지로 통했던 신천지 교회의 시설과 신도 등의 명단을 확보해 전담 대응반을 편성했다.

대응반은 신도 전원이 검체 검사를 받도록 했으며, 확진자 11명을 입원 조치하고 밀접 접촉차들을 자가 격리했다.

그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45일 동안 보건소를 떠나지 않았다.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100여 명의 직원과 24시간 근무한 것이다.

최 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영천에는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20여 일만에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 90여 일 동안 추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현재도 영천의 확진자 발생률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해 긴박했던 순간을 기록한 코로나19 대응 백서를 발간할 준비를 하는 등 감염병 비상 상황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지난 4월8일부터 영천시민의 신속한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모든 보건소 직원이 주말을 반납하며 예방접종을 지원한 결과 현재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코로나19 대응 이외에도 최 소장의 업무능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지역보건의료 및 농·어촌 의료서비스 개선사업을 추진해 ‘2019년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추진전략 부분에서 영천보건소가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데 기여했다.

또 지역민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1991·1993·2003년), 경북도지사 표창(2010년), 대통령 표창(2020년) 등 손을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상을 받았다.

최수영 영천보건소장은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생활에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코로나19 확진 예방과 영천시민의 건강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웅호 기자 park8779@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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