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다티스트 원로부문 선정된 차계남 작가, 미발표 작품 선보여

▲ 차계남(59) 작가.
▲ 차계남(59) 작가.
지역미술작가로 40년 외길인생을 묵묵히 걷고 있는 차계남(59·여) 작가는 ‘실’과 ‘소재’에 집중한다.

그는 여러 번의 시도 끝에 한지에 붓글씨를 쓰고, 1㎝ 폭으로 자른 뒤 한 가닥씩 꼬아 노끈과 같이 만든 ‘실’을 평면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기법을 채택했다.

한지를 잘라 실로 만드는 작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완성되는 작가만의 재료로써 그 질감과 부피, 촉감은 회화와 공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 고유의 세계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평면적인 종이를 꼬아 부피감을 만들고 그것을 겹겹이 쌓아 작품으로 구현해 평면작품이 아닌 ‘평면 부조’로 재탄생 시킨다.

차계남은 “스스로 그리기에 대한 욕구를 통제하고, 무심(無心)의 상태에 들어가 수행적인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라 말했다.

▲ 2021 다티스트 차계남 전시 전경 2전시실.
▲ 2021 다티스트 차계남 전시 전경 2전시실.
▲ 차계남, 무제, 한지에 먹, 488x244x7cm, 2020
▲ 차계남, 무제, 한지에 먹, 488x244x7cm, 2020
대구미술관은 오는 9월26일까지 2, 3전시실에서 2021 다티스트 원로부문에 선정된 차계남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색과 질료에 대한 작가의 철학’을 조망한다.

차 작가의 작업에 있어 일관된 특징은 ‘소재’와 ‘색’이다.

전시실에는 흑과 백, 씨실과 날실 등 대형 평면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먼 거리에서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 촘촘히 교차 된 실들에 의해 탄생한 무수한 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올 한 올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했을 작가의 중첩된 시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차계남의 작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감은 검은색이다.

머리 스타일부터 옷, 신발까지 검은색을 즐겨 하는 작가에게 검은색은 존재 본연의 모습이며 현재를 드러내는 시간의 표상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색들을 미학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은색을 선택했다.

모든 색을 포용하되, 모든 색을 드러낼 수 있는 심연의 색인 검은색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 곳곳에 위치해 관람자에게 격조 높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구미술관 2, 3전시실과 선큰가든을 6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204개의 개별 작품으로 구성된 미발표 평면작품 30점과 입체작품 3점 등 총 33점을 공개한다.



대구미술관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대구를 지키며 40년째 한결같이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차계남 작가의 뚝심 있는 의지가 관람객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차계남, 무제, 한지에 먹, 244x1708x7cm, 2009
▲ 차계남, 무제, 한지에 먹, 244x1708x7cm, 2009
차계남은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미술과,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박사를 수료했다.

1980년대 초 일본 교토를 중심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차계남은 기노시타 나가히로(전 교토예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후쿠나가 시게키(전 국립근대미술관 학예연구과장) 등으로부터 평론을 받으며 일본 화단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1984년 교토 소재 갤러리 마로니에에서의 첫 초대전 이후 한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 38회의 개인전, 167회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은 한국, 독일, 일본, 헝가리 등 15개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이번 전시는 사전 예약 후 관람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문의: 053-803-7900.

한편 대구미술관은 ‘2022 다티스트’ 원로와 중견 부문 작가로 이교준과 박창서를 선정하고, 내년 2월부터 각 개인전을 개최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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