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미술관의 입지는 당연히 대구다

발행일 2021-06-08 15:12: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이건희 컬렉션’을 품을 가칭 ‘이건희 미술관’을 어디에 건립할 것인지가 최근의 핫이슈다. 지자체들 간의 유치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대구시가 2천500억 원의 건립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하고 시민단체도 적극 지원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대구의 절박하고 비장한 각오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적 타당성 분석기법인 BC분석이든 공공부문투자사업의 의사결정기법인 AHP분석이든 그 결론은 쉽게 예측 가능하다. 대구 입지를 능가할 곳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용이 들지 않는 사업의 타당성은 분석할 필요조차 없다.

경쟁이 치열한 사업의 입지를 원만하게 선정하고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려면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입지선정기준을 수립하고 그에 입각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입지선정기준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평가가 공정하지 않으면 판정불복이나 갈등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결론은 사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추를 바르게 꿸 수 없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목적지에 이를 수 없고 호된 대가를 치르는 법이다.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기준은 ‘이건희 입지기준’과 ‘미술관 입지기준’으로 나눠 접근할 수 있다. 이건희 기준은 그의 연고와 그와의 친연성에 기반을 둔다. 연고는 지연, 학연, 혈연 등을 말하고 친연성은 그와 맺어진 인연을 의미한다. 각 항목별 세부기준이 엇갈리는 경우 적정한 가중치를 미리 배정할 필요가 있다. 미술관 기준은 미술관의 일반적 입지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 이건희 기준과 미술관 기준에 대해서도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건희 기준으로 보면 대구와 다툴 곳이 없다. 대구는 이건희 회장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삼성그룹의 토대가 된 삼성상회 터와 이건희 생가가 대구 중구 인교동에 있다. 대구는 삼성그룹의 모태이고 이건희 회장의 고향이다. 삼성사관학교라 불리며 삼성의 인재를 길러낸 제일모직이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었고, 지금 그 자리에 이병철 창업자의 동상과 삼성의 창업기념관을 포함한 ‘삼성존’이 조성돼있다. 이건희 회장의 외가가 대구라는 사실도 특기할만하다. 이병철 창업자의 부인이며 이건희 회장의 어머니인 박두을 여사의 고향이 하빈의 묘골이다. 외가는 어머니 같은 살가운 정이 느껴지는 제2의 고향이다. 타향도 정을 붙이고 살면 고향이라지만 수구초심은 인지상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고향생각이 더 절실해지는 법이다.

미술관 기준으로 봐도 대구는 다른 곳에 뒤지지 않는다.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천재화가 이인성의 고향이고 그가 다녔던 수창초등학교가 대구 중구 수창동에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 이인성의 작품 7점이 포함된 것은 이병철과 이건희 부자의 대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증좌다. 그 외 대구출신 화가 이쾌대의 작품을 포함한 총 21점의 그림을 대구에 기증한 점에서 기증자의 고향사랑을 읽을 수 있다. 대구엔 미술관 입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 많다. 대구미술관과 간송미술관 예정지가 있는 대구 수성구 삼덕동은 시너지가 기대되는 곳이고, 경북도청 후적지가 있는 대구 북구 산격동은 넓은 부지가 이미 확보된 곳으로 건립이 용이한 곳이다.

대구는 지금 민관이 손을 맞잡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힘을 모으고 있다. 기증자의 고향사랑에 대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고향 까마귀’, 250만 시민이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지역균형발전이란 대의를 위해서도 이건희 미술관은 대구로 와야 한다.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에 불순한 세력이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된 채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여러 지자체의 선의는 충분히 이해한다. 허나 선의만으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이건희 미술관 건립 이후를 예측하고 미래의 성공여부를 냉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이 돼서도 곤란하고 정치적으로 억지를 부려서도 안 된다. 자기 실력을 제대로 진단하는 일이 선행돼야 뒤에 후회가 없다. 빌바오 효과를 기대하고 한국판 루브르박물관을 원한다면 대구가 그 짐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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