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정치가 아니다. ‘되면 좋고, 안돼도 그만’인 한건주의, 모험주의는 금물이다. 행정의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8일 화이자백신 독자 도입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지 8일 만이다. 권 시장은 “최근 대구시와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정부의 백신 구매를 돕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일이 사회적 비난과 정치적 논란을 야기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논란의 모든 잘못과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며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중앙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 조금이라도 돕자는 뜻이었다는 대구시의 해명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명심이 앞선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자치단체장이 나서야 할 자리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코로나19 유행 와중에 대구시가 지역에 아무런 이득도 없는 사안에 행정력을 기울인 것이 온당한 결정인지 의심스럽다. 모든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해외 백신 확보에 나설 경우 엄청난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 사태는 대구시가 무엇에 홀린 것이 아니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백신이 뒷문으로 공공연히 돌아다닐 시점이 아니다. 뒷문으로 유통시키거나 암거래를 할 경우 문명 세계의 공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국민이 백신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설사 거래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방역당국의 지적처럼 품질을 보증받을 수 없다는 점을 왜 생각 못했는가. 한걸음만 뒤로 물러서면 보이는 부작용들이다.

이번 일은 권 시장이 사과문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신중치 못한 언행에서 비롯됐다. 백신 확보에 마음만 앞선 때문이다. 그래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대구의 명예가 실추됐다.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시장의 의사결정을 돕는 대구시 공무원들은 무엇을 했나. 사전에 이번 결정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저지할 수 있는 참모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다. 시장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재점검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이번 사태의 논란이 길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대구와 대구시민 전체의 명예에 누가 가도록 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미진한 의혹 해소를 위해서는 관련된 상황과 자료가 숨김없이 공개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의회 차원의 진상조사도 따라야 한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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