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 계림 등 닭과 뗄 수 없는 지명||양계장·부화장 등 양계산업 탄생지||멕시카나,

대구를 대표하는 여러 축제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줄줄이 취소되면서 매년 7월에 열리던 ‘치맥(치킨+맥주)페스티벌’ 개최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물론 현재 코로나상황으로 보면 다음달 개최는 어렵다. 하지만 대구시가 올초 지역 최대 축제로 꼽히는 치맥페스티벌의 2년 연속 중단은 어떻게든 막겠다고 단언한만큼 시민들은 가을이나 겨울에 개최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럴 경우 엑스코 등 실내개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늦더라도 올해는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반드시 열려 코로나로 심신이 지친 지역민들에게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대구와 치맥의 인연을 되짚어본다. (편집자주)



▲ 대구시는 올해 치맥페스티벌을 어떻게든 개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치맥페스티벌 모습.
▲ 대구시는 올해 치맥페스티벌을 어떻게든 개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2019년 치맥페스티벌 모습.
어원학적으로 볼 때 대구는 닭과 밀접하다.

학자들은 신라시대 대구의 지명인 ‘달구벌’이 ‘닭’의 ‘달구’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한다.

삼국시대 영남에 자리 잡은 신라는 닭과 뗄 수 없다.

신라의 지배세력을 대표하는 경주 김씨의 탄생지가 닭의 숲 ‘계림’이기 때문이다. ‘사로국’으로 시작한 국호가 ‘계림국’으로도 불리기도 한 것도 그 증거다. 신문왕이 689년 달구벌로 수도를 이전하려던 것도 닭을 매개로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정재영 연구원은 “부여의 5부족 토템이 개·돼지·말·소인 것을 봤을 때 닭 또한 토템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해석”이라고 전했다.

대구는 대한민국 양계산업의 태동지가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품고 있었다.

대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양계산업 구조가 전국에서도 탄탄하기로 유명했다. 전국 3대 시장 중 하나인 서문시장을 비롯해 칠성시장, 남문시장처럼 기존에 형성된 재래시장이 포진돼 있어 닭의 수급이 원활했다.

철도와 도로, 낙동강까지 발달된 교통망까지 있었으니 최적의 조건을 구축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가장 큰 부화장 역시 북구 산격동에 있었던 ‘신기부화장’이었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1970년대 국내 양계장의 80%가 대구·경북에 위치했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규모의 부화장 1개소와 도계장 4개소가 대구에 있을 정도였다.

대구지역에서 1970년대와 1980년대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등 초기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 시작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치킨집의 성행은 닭 부화장 등 양계사업, 사통팔달로 형성된 전통시장 등의 배경에 힘입었다. 이러한 환경 속 치킨과 맥주를 결합해 지역 콘텐츠로 발전시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2013년 제1회 치맥페스티벌이 열리게 됐다.

치맥페스티벌은 당초 ‘술(맥주)’이라는 콘텐츠 때문에 공무원들에게 ‘사고’라는 부담이 있어 자칫 사장될 뻔 했다.

대구시 각 부서마다 치맥페스티벌을 담당하기 싫어 핑퐁이 이어졌고 결국 닭이라는 이유 때문에 농산유통과에서 담당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첫 치맥페스티벌에서 26만 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대박을 쳤다. 이후 2016년 방문객 100만 명을 훌쩍 넘었고 대구를 넘어 전국 대표축제로 거듭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치맥페스티벌은 처음에는 공직자들에게 술이라는 부담 때문에 그야말로 계륵이었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거듭났다”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어떻게든 개최해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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