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행정 기관 지침 앞에 ‘쩔쩔’…‘앱 통한 사진만 인정’||일선 공무원, “법령, 절차

▲ 지난달 10일 오후 6시께 대구 중구 남산4동 교차로 황색복선에서 한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1분여 이상 불법 정차하고 있다. 사진은 A씨의 블랙박스 촬영물.
▲ 지난달 10일 오후 6시께 대구 중구 남산4동 교차로 황색복선에서 한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1분여 이상 불법 정차하고 있다. 사진은 A씨의 블랙박스 촬영물.
대구에 사는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초 중구 남산4동 교차로 일대에서 횡단보도에서 가까운 곳에서 불법 정차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A씨는 불법 정차 차량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했다. A씨의 신고 건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중구청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며칠 뒤 중구청으로부터 ‘과태료 부과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사진과 동영상 무슨 차이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탁상행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도로교통법 제32조에 따르면 교차로 가장자리 및 도로 모퉁이로부터 5m 이내인 곳과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인 곳 등은 주·정차 금지 구역이다.

영상기록매체로 불법 주·정차가 입증된 차량에 대해 지자체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

특히 황색복선은 24시간 주·정차 금지 구역으로 단속대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행정안전부의 지침 탓이다.

행안부는 2019년 주민이 직접 신고할 수 있는 주민신고제를 도입하면서 안전신문고 앱의 사진 촬영 기능을 통해서만 신고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에 따라 행안부 지침에 예속된 지자체는 불법 주정차 신고와 관련해 동영상 자료를 활용할 수 없어 A씨의 신고를 처리할 수 없다.

B구청 직원은 “상급 행정 기관이 내린 지침을 무시하면 절차적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불법 주·정차 위반 증거자료가 있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C구청 직원도 “도로교통법 등에 절차가 명시돼 있다면 법령을 따라야겠지만, 주민의 증거자료로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지 등이 자세하지 않다”며 “법에서 모든 걸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행안부 지침을 안 따를 수 없다”고 했다.

일선 직원들은 지침을 제시해놓고 애매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판단을 유보하는 행안부의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D구청 직원은 “지침에 따른 과태료 부과 또는 비부과가 애매한 경우 행안부에 보고를 하면, 행안부가 타 시·도의 경우를 살펴본 후 답변해준다”며 “그렇지만 정형화된 대처 방법이 없는 특이 케이스는 1차적 책임은 구·군에 있다고 회신해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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