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첫째다

발행일 2021-06-14 13:36:06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이번달 들어 급격히 늘어 오는 11월 전에 집단면역이 이뤄질 것 같다. 달포 전만 해도 접종을 피하던 이들이 갑자기 돌아섰다. 주위에서 예약자가 늘어나고 먼저 맞아봤더니 괜찮더라는 말에 다소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또 마스크를 벗고 여행하고 싶다는 희망과 은근히 사람을 끄는 인센티브도 작용했다. 때맞춰 백신도 속속 들어오고 잔여분 실시간 예약, 접종도 한몫을 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래도 맞는 게 낫다”는 전문가들의 일관된 권유가 결정적이었다.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눈치나 사탕발림보다도 신뢰가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를 맨 먼저 겪은 대구시민은 방역당국에 무한신뢰를 보내며 헌신적 인내로 고비를 넘겼다. 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다시 퍼지고 있다. 여기에 대구 의료계와 대구시가 추진한 화이자 백신 도입도 무산되고 망신만 당했다. 초심을 잃고 느슨해진 탓이다. 그간 대구를 떠받쳐 온 기둥 중의 하나가 의료계요 공무원이다. 아직도 시민들은 이들을 믿고 싶어 한다. 시민들의 자존심과 철통방역을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기대한다.

세계 각국은 마스크를 벗고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고, 스페인은 백신 접종자 입국을 허용했다. 우리 정부도 백신 접종자가 다음달 이후에 싱가포르·태국·대만·괌·사이판 등 방역 우수국에 자가 격리 없이 단체여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 밝혔다. 며칠 전 홈쇼핑에서 유럽 패키지여행이 순식간에 모두 팔렸다. 특히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나투어의 주가도 9만원을 넘었다. 코로나 이전보다 비싸졌다. 아직 여행이 본격화 되지 않아 여전히 적자지만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이 한국의 여행경보를 1단계로 낮췄다. 한국여행이 일본, 캐나다보다 안전하다고 봤다. 중국·일본·대만·홍콩에서 해외여행이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곳으로 한국을 꼽았다. 여행도 맛집도 매력과 믿음이 있으면 다시 찾아오고, 신뢰를 저버리면 다시 안 온다. 동성로, 하회마을에서 외국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그간의 고객들에게 알리고 권유해 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국내여행은 코로나 와중에도 조금씩 이뤄져왔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단체관광에 대한 편견으로 개별여행 위주가 됐다. 지난 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여름 휴가를 2회 이상 나눠 소규모 가족여행을 하도록 권유했다.

즉 해외여행은 단체여행만 되고, 국내여행은 단체보다 소규모 여행을 권한다. 원래 단체여행은 여행사가 기획, 주최하는 패키지여행과 기업, 학교나 동호회가 그룹으로 움직이는 여행이 있다. 패키지나 그룹여행도 미리 정해진 코스를 가기 때문에 개별 자유여행보다 안전하다. 또 단체여행에는 관리자가 반드시 동행하기 때문에 안심이다. 해외든 국내든 단체여행이 방역에는 오히려 안전한데 정부가 각각 다르게 발표해 혼란을 자초했다. 부디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부처 간 협의도 강화해 일관된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항공업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간 비행기를 거의 띄우지도 못했는데 비용만 늘어나 적자가 쌓이고 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의 형편은 무척 걱정스럽다. 부채비율이 1천%가 넘고 자본잠식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항공사 주가는 껑충 뛰었다. 주가 상승으로 자금운용에 다소 숨통이 트였으니 빨리 취항노선도 정하고, 비행기 정비, 승무원 훈련,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 국제노선에 취항할 양국 국적기 수, 운항 시간대도 균형을 이루는 것이 좋다. 한일노선의 8할을 차지하던 우리 LCC들이 2019년 7월부터 양국 간의 갈등으로 여행객이 급감하자 운항을 중단했고, 이듬해 코로나가 덮치자 거의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정부와 항공사는 균형 노선 개설로 장기적 안정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고 일상을 멈추게 했지만, 우리는 언제 그랬냐며 다시 일어섰다. 백신 접종도 해외여행도 빨라지게 됐다. 지난달 수출실적은 32년 만에 최고요,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이제 우리는 잘잘못도 꿰뚫어볼 수 있고, 믿고 따를지 말지도 안다. 그러므로 신뢰 쌓기가 첫 번째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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