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아파트 공사현장 주출입구 결정되며 악몽 시작||소음, 분진으로 생활 질 하락,

▲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 신암로20길에 레미콘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신암2동 주민 제공.
▲ 지난달 31일 대구 동구 신암로20길에 레미콘 차량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 신암2동 주민 제공.


17일 오전 9시께 대구 동구 신암2동의 한 도로가.

아파트 건설현장의 주 출입구인 이곳은 25t 덤프트럭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도로 곳곳에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들 차량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턱을 넘을 때마다 귀가 아플 정도의 굉음이 울렸다. 거리에는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주민 A씨는 “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이곳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며 “공사 차량 때문에 하루에도 수차례씩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동구의 한 2차선 도로가 공사 차량에 수개월째 점령당했지만, 행정당국은 뒷짐만 진 채 방관해 인근 주민 및 상인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7일 동구청에 따르면 신암동 451-1번지 일원에는 지상 29층, 8개 동, 862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이 건설되고 있다. 구청은 지난해 10월21일 착공을 허가했다.

하지만 이날은 이곳 주민들에게 악몽이 시작된 날이기도 하다.

길이 300m, 폭 5m에 불과한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신암로20길)는 인근 주민들과 상의도 없이 공동주택 공사현장의 주 출입구로 결정됐다.

터파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로에는 하루 100대가 넘는 25t 덤프트럭들이 오갔다. 이들의 과속운전에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했다. 이들이 내뿜는 매연은 공사현장의 분진, 소음과 합쳐져 생활의 질을 떨어뜨렸다.

▲ 17일 대구 동구 신암로20길에 공사차량이 흘리고 간 잔토가 떨어져 있다.
▲ 17일 대구 동구 신암로20길에 공사차량이 흘리고 간 잔토가 떨어져 있다.
수개월째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도로는 몸살을 앓고 있다. 곳곳에 균열이 발생했으며, 이들 차량이 흘린 적재물 및 잔토 등은 운전자 및 보행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공사장 관계자들의 주차장 점령도 골칫거리다. 도로 양쪽에 있는 무료 공영주차장은 오전 6시부터 몰려드는 공사인력들의 차지가 됐다. 인근 상인들은 고객은커녕 지입차량의 자리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고객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왔다가 주차할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면서 “공사 이후 매출이 이전보다 70~80%가량 줄어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공사 차량의 횡포를 더 견디지 못한 이들은 지난달부터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책위에 가입한 상가는 모두 31곳이다.

이들은 해당 건설사에 △방음벽 10m 설치 △소음측정기 2개소 설치 △공사 차량 안전 교육 △이동식 살수기 운영 △주요작업부 스프링클러 운영 △살수차 상시 운영 △덤프트럭 이동구간 차량 유도원 배치 △공사장 관계자들 차량 현장 내부 주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동구청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수십 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지도하겠다’라는 답변뿐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공사현장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대책위 양강식 회장은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다. 주민은 물론 공사장의 안전을 담보 받은 상황에서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구청에서도 적극행정을 발휘해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건설 현장관리소장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장 인력들이 인근 아파트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다. 소통을 계속해 앞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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