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창고<24>경북교육청 구미도서관

발행일 2021-07-06 10:07:2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경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 전경.


경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구미시 산책길 41)은 1986년 4월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에는 열람석이 1천208석으로 경북에서 손꼽히는 규모였다.

이용객 상당수는 인근 지역민과 학생으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밤 늦도록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도서관의 가장 흔한 풍경이었다.

구미도서관이 바뀌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다.

열람실이 줄고 대신 더 많은 책이 도서관을 차지했다.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해 지불했던 입관료도 사라진 게 가장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서관이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장소로 자리잡기 시작한 시기가 된 것이다.

이후에도 구미도서관은 끊임없은 변화를 시도했다.

1999년부터는 평생학습기관으로 지정돼 지역민의 평생교육을 책임졌고 2009년에는 구미권역 학교도서관 지원센터가 설치돼 구미와 군위, 고령, 성주, 칠곡 지역의 학교도서관 정상화를 지원해 왔다.

최근 구미도서관은 또 한번 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설이나 책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도서관, 공부방이 아닌 문화를 재창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도약하고 있다.

◆ ‘찐 팬’이 찾는 보물창고…장서만 27만여 권

경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 비치된 도서. 구미도서관은 27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 있는 독도체험관.


구미도서관은 부지 6천470㎡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지어졌으며, 외관은 35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다.

도서관 내부는 각각 4개의 자료실과 강좌실, 미래교육을 위한 메이커 교육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개인 학습을 위한 열람실과 노트북 활용공간도 별도로 마련됐다.

구미도서관이 보관 중인 책은 27만여 권에 달한다.

일반도서 외에도 저시력자를 위한 큰 글씨 도서, 청소년 진로직업 도서, 다문화 도서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우리고장 우리작가 도서,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자료와 족보자료, 구미지역의 향토자료 등은 별도 공간에서 보관 중이다.

스마트 시대에 발맞춰 동화 ‘읽어주는 소리책’ 등 다양한 자료들도 준비했다.

평일(월~금) 이용시간은 일반자료실 오전 9시~오후 8시, 어린이·참고·디지털자료실 오전 9시~오후 6시, 열람실과 노트북실 오전 9시~오후 9시다.

주말에는 열람실과 노트북실을 제외한 나머지 자료실은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매월 둘째와 넷째 월요일은 휴관한다.

도서 대출은 경북도민이거나 경북지역 학교와 직장을 다닌다면 누구나 회원가입을 통해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명이 5권의 자료를 14일간 대여할 수 있다.

단 DVD는 1인 2점까지 7일간 빌릴 수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이용객이 30% 정도 감소했지만 지난해만 해도 구미도서관에선 약 12만 명이 28만6천여 권의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도서관 관계자는 “신설 도서관에 비해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찐 팬’들이 많다”며 “특히 오래된 책들이 보존 상태가 좋아 다양한 계층의 이용객들이 구미도서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한 관람객이 구미도서관에 비치된 도서 자료를 고르고 있다.


구미도서관이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그림책 등으로 구성된 책 날개 꾸러미를 선물하는 ‘북스타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코로나19에 대한 느낌을 쓴 글이 구미도서관에 게시돼 있다.


◆교육과정과 연계한 다양한 독서 지원 프로그램

구미도서관은 이용자들의 도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매달 추천도서, 테마도서 전시, 이달의 시와 감성시집 전시, 그림책 작가 소개 코너를 운영한다.

또 독서 퀴즈와 독도 퀴즈 행사 등 이용자들의 독서 흥미를 북돋우는 각종 이벤트도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

구미도서관이 진행하는 ‘북큐레이션’은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대표적 프로젝트이다.

북큐레이션은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다. 특정한 주제에 맞게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구미도서관의 북큐레이션은 초·중학생들의 교과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 더 강하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도서 선정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고 독서가 학업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과서에 수록되거나 연계 도서를 중심으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교과서 온 책 읽기’,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저자의 다른 도서 목록’, ‘깊이 생각하기’ 등의 토론 주제를 제시해 학생들이 사고의 폭을 유연하게 넓힐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구미도서관은 학생들의 교육과정과 연계한 ‘찾아가는 독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 운영 중인 ‘북스타트’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북스타트는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그림책 2권과 책 날개 가방을, 학부모에게는 독서 가이드북과 도서관 요람 등으로 구성된 ‘책 날개 꾸러미’를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창작인형극 ‘책날개 공연’과 ‘책 놀이 체험 행사’ 등과 연계해 어린이들에게 독서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구미도서관이 ‘메이커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3D펜과 3D프린터 등을 직접 만든 입체 창작물이 구미도서관에 전시돼 있다.


◆학생 역량 키우는 맞춤형 메이커 교육 프로그램

구미도서관의 최근 관심사는 ‘메이커교육’이다.

메이커교육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 그치는 않고 제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학습하는 교육을 말한다.

피상적인 내용을 가시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깊이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다.

구미교육지원청은 최근 컴퓨터교육실을 메이커교육실로 리모델링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Book Trailer)’는 4차 산업기술을 배워 다가올 미래 사회 적응력을 키우고, 올바른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구미도서관에서 마련한 청소년을 위한 메이커 프로그램이다.

영화의 예고편인 필름 트레일러(Film trailer)에서 따온 용어인 북 트레일러는 책을 소개하는 짧은 동영상을 뜻한다.

북 트레일러는 독서 전 영상으로 미리 책을 만나보고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한다.

구미도서관은 지난 5월26일 구미오산초 컴퓨터 동아리 학생들을 찾아 영상 제작 프로그램인 ‘시그림책 북 트레일러 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3D펜과 3D프린터를 활용해 학생들이 원하는 입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 ‘나도 3D펜 메이커’, ‘나도 3D프린팅 메이커’ 프로그램,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소품들을 만들 수 있는 컷팅머신 교육, 창의 융합 교육의 필수 항목인 코딩교육도 메이커교육실에서 진행된다.

구미도서관이 경북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미래의 직업을 탐색하는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수요자 중심의 생활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

구미도서관은 평생교육 정기 강좌를 통해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인문교양, 취미, 어학, 디지털문해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정기 강좌에는 그림책 전문가 과정, 수필창작, 독서치료, 시낭송, 재테크, 여행중국어, 팝송영어, 유튜브크리에이터 입문, SNS 활용교육 등이 있다.

또 어린이에게는 책 놀이, 하브루타, 스피치, 역사 강의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다문화와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특히 호응도가 높은 프로그램은 꿈다락 경북토요문화학교인 ‘토미와 함께하는 미래탐험’이다. 이 프로그램은 연극단체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어린이 프로젝트 수업이다.

지난 5월1일 열린 첫 수업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구미의 마스코트인 ‘토미’와 함께 미래의 꿈을 찾아보고, 독서, 미술, 3D프린팅 체험, 연극 등 다양한 융합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직업을 탐색하는 이색적인 체험을 한다.

하반기에는 ‘도서관 지혜학교’를 선보인다.

‘도서관 지혜학교’는 인문학을 통해 삶의 지혜를 찾으려는 신중년 세대를 대상으로 인생 제2막의 풍요로움을 지원하고 인문학의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확산하고자 도서관과 지역 대학을 연계한 인문심화과정 사업이다.

구미도서관은 하반기에는 참고자료실을 독서 뿐 아니라 저자와의 대화의 시간, 소규모 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배경규 관장.


◆배경규 관장…구미도서관의 공직의 시작과 끝

“정적으로 보이지만 도서관의 업무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령 일반 자료실에 책 한 권을 옮기려면 이곳에 있는 14만 권을 새로 배치한다.”

구미도서관은 배경규 관장의 손때가 묻은 장소다.

공직에 발을 디딘 후 첫 근무지가 바로 구미도서관이었다.

올해 12월에 퇴임을 앞두고 있으니 구미도서관은 배 관장 공직생활의 시작이자 끝이다.

배 관장이 발령을 받은 건 도서관이 문을 연 지 고작 7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당시 경북에는 200~250석 규모(열람석)의 작은 도서관도 많이 있었지만, 1천 석이 넘는 규모의 도서관은 흔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공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도서관을 찾았단다.

일반 자료실에는 의자조차 없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빌리기 보다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공부방에서 책을 읽고 빌려주는 장소로 변화했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열리는 지역의 문화 허브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이 등장하면서 도서관이 수집·보존하는 자료가 책으로 한정돼야 할 필요는 없어졌다”며 “마찬가지로 도서관이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도서관의 모습은 사용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그려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서관이 지역민과 함께 ‘숨 쉬고 소통하는 공간’이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도서관이 경북도교육청 직속기관인 만큼 이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상당수가 학생들의 지원하는 내용으로 짜여졌다.

구미도서관이 올해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북 트레일러, 3D펜과 3D프린터를 활용한 프로그램 등의 메이커 교육이다.

하지만 모든 메이커 교육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지난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엔트리 코딩 따라잡기’, ‘3D프린팅 활용하기’, ‘스캔커터 정복하기’, ‘3D펜으로 입체적 사고하기’ 등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메이커 아카데미도 선보이고 있다.

배경규 관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와 비대면 시대라는 위기에서도 구미도서관은 고전적인 도서관 서비스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서관의 역할과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위기 속에서 힘찬 도약을 꿈꾸는 구미도서관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다”고 약속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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