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꼰대의 유쾌한 반란

발행일 2021-06-20 14:33: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홍석봉
명심보감에 하늘의 뜻에 따르는 사람은 흥하고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망한다(順天者興 逆天者亡)는 말이 나온다. 하늘의 뜻은 천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민심이 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라고 명령했다. 알을 깨고 나왔다. 관록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민심이 4·7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속살을 드러냈다. 민심은 다소 못 미덥지만 이준석을 택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한국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지 열흘이 지났다. 정계는 숨 가쁘게 돌아간다. 변화와 기득권의 이해가 곳곳에서 맞부딪힌다. 이준석은 보수의 아픔인 호남 보듬기와 안보 챙기기부터 시작했다. 기대와 우려가 충돌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에 거부도 읽힌다.

이준석호 출범 후 가장 주목받는 곳이 대구·경북이다. TK 꼰대의 반란 때문이다. TK 꼰대의 반란은 촛불과 탄핵의 주역인 MZ 세대의 반란 못잖게 의미가 크다. TK는 그동안 ‘수구꼴통’으로 대변됐다. 이명박, 박근혜의 오물을 흠뻑 뒤집어썼다. 상실감이 컸다. 정치 혐오가 대신했다. 정치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고 자각했다.

--이준석 돌풍 진원지 TK, 변화 염원 폭발

신호탄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쏘아 올렸다. 바로 TK 꼰대들이 뒤를 이었다. 돌풍의 진원지가 됐다. “TK가 아직 살아있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 모두가 놀랐다. 자신들의 변화에 TK는 더 놀랐다.

전임 원내 대표이자 5선 중진의 TK 주자 주호영은 지지율이 TK 내에서도 3위에 그쳤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며 의리를 중시하던 TK 였다. 매몰차게 돌아섰다. 꼰대들은 미련 없이 젊은 바람에 동참했다.

새 리더에 대한 갈망과 염원이 폭발했다. 36살 햇병아리 이준석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정권 교체의 희망을 건 것이다. 바람을 주목했다. 적폐 몰이와 내로남불 정권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TK 꼰대는 혐오와 극단 투쟁만 넘쳐나는 정치판에 실망했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젊은 바람을 만났다. 바람의 기세는 거셌다. 주저 않고 바람에 편승했다. 국가 안위에 대한 걱정이 태풍을 만들었다. 안정감을 중시하는 보수에서 이례적이다. 그만큼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에 몸이 달았다는 반증이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전국 선거 4연속 참패에 좌절을 맛봤다. 이젠 기댈 구석도 없다. 실의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집권 여당과 586 진보의 자살골이 계속 터졌다. 원기소가 됐다. 겨우 기력을 회복했다.

--5·18과 탄핵의 강 건너…대선도 자신감

TK 꼰대의 선택은 적중했다. 이준석 바람은 진행형이다. 후광 효과가 만만찮다. 지지율이 여당을 10% 이상 앞서는 일이 나타났다. 국민의힘에 젊은 피가 몰려들고 있다. 세대교체와 변화의 희망으로 뜨겁다. 당 개혁 및 쇄신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선도 눈에 보인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아킬레스건으로 여겼던 5·18과 탄핵의 늪도 건넜다. 이준석은 ‘박근혜 키즈’다. 그는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나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탄핵은 정당했다고 생각한다”며 탄핵의 강을 정면 돌파했다. 대표 취임 첫날 광주의 붕괴사고 현장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광주의 아픈 역사에 공감한다고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이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5·18의 강’도 그렇게 건넜다. 광주의 시선도 달라졌다. 민주당은 시샘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까지 확 젊어졌다. 최고위원 6명 중 30대와 여성이 반이다. 5060이 주축인 국민의힘에 상상도 못할 일이다. TK 꼰대가 결국 일을 냈다.

국민의힘 앞에는 야권통합과 대선 후보 선출이라는 큰 산이 남았다. 하지만 걱정 않아도 될 것 같다.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진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 ‘전국시대 진나라와 조나라의 장평 대전에서 나라를 말아먹은 조괄 꼴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실패는 없어야 한다. 이준석의 패기와 열정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홍석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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