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생태(生態)’란 단어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조성된 생태공원과 생태체험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자연 속에서 잘 살던 야생동물들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발생했다는 과학자들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생태의 사전적 의미는 ‘생물이 자연계에서 생활하고 있는 모습’ 또는 ‘생명체 간, 생명체와 환경 간의 상호관계와 상호의존성’이다. 생태 개념은 모든 생명체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환경과도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특정한 생물체의 멸종이나 그 생물체에게서 나타나는 심각한 변화는 그것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생관계나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다른 생물체나 주변 환경,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대목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한 인류는 긴장하고 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보복을 받게 된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삶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진 지금에서야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해 자연생태계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으며, 생태적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됐다.

공공도서관에서 생태를 주제로 삼은 강연과 체험 등 다양한 기획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공도서관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정보서비스 기능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에서는 자연환경이 비교적 덜 훼손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용학도서관도 생태 관련 기획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들어 용학도서관이 추진하고 있는 생태 프로그램은 체험과 특별강연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체험은 진밭골과 무학산공원에서, 특별강연은 용학도서관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다. 진밭골야영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가족생태체험은 지난 3~5월 시범운영을 거쳐, 여름방학을 맞아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주말에 진행된 시범운영기간에는 숲을 거닐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생각의 숲을 거닐다’, 생태공예를 체험하는 ‘자연물에 생명을 더하다’, 천체를 관측하는 ‘별별이야기를 나누다’가 시민들에게 제공됐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달치씩 참가 신청을 받은 결과, 불과 한두 시간만에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여름방학 중에는 진밭골 가족생태체험이 평일에도 운영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도심 가까이에서 자연을 즐기면서 학습효과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은 시범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미비점을 보완해 숲지도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지도 아래 숲속걷기, 생태공예, 밤길걷기, 명상, 천체관측 등을 복합적으로 체험하도록 기획됐다. 특히 토요일에는 가족들이 텐트를 친 뒤 다양한 프로그램을 묶은 패키지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가족생태체험은 오는 24일부터 엑스코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캠핑대전’에 진밭골야영장과 함께 소개된다.

무학산공원에서는 용학도서관의 분관인 무학숲도서관이 숲의 변화를 관찰하는 ‘무학산 숲속산책’, 자연물로 책 속 주인공을 공예품으로 만들어보는 ‘자연과 책이 만나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곤충사육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를 선착순 모집하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함께 텃밭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가족텃밭체험’, 친환경 벼농사를 경험하는 ‘가족텃논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체험하는 이들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족들은 신청을 받은 뒤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신청자가 많기 때문에 전년도에 참가한 가족은 제한하고 있다.

특별강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도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이뤄졌다. 지난 3월12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후위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란 주제로 김해동 계명대 교수(환경학부), 사공준 영남대 교수(직업의학과), 심정미 녹색연합 대구경북지부 사무처장, 최원형 환경작가가 강연을 이어갔다. 이어 5월에는 시인인 채형복 경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와 윤강미 그림책작가를 초청한 생태작가 초청강연이 두 차례 마련됐다.

물론, 생태체험과 특별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용학도서관 종합자료실과 어린이자료실, 무학숲도서관에서는 생태를 주제로 한 북큐레이션이 함께 마련됐다. 독서운동 확산과 함께, 이용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공공도서관의 핵심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인간이 만든 재앙’이란 주제의 북큐레이션에서는 지구온난화, 미세플라스틱, 코로나19 등과 관련된 책, DVD, 뉴스기사, 학술논문 등이 전시됐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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