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코로나19로 인한 학력 격차가 예상 밖으로 심각하고, 중위권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여러 기관에서 나왔다. 대입전형 방법과 수능 체제를 아무리 고쳐도 명문대 진학을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고 있다. ‘2020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 9천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준으로 추산하면 연간 사교육비는 20조 원에 달한다. 실제 사교육비는 이보다 두 세배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교육비 과다 지출이 절대다수의 부모에게 주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투자에 비례한 성적 향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하면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돈과 시간과 열정을 맹목적으로 낭비하고 있다.

남의 말을 거두절미해서 지나치게 줄이거나, 순서를 바꾸면 그 말을 한 사람의 원래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 말한 사람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경우에는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토마스 A. 에디슨의 말이다. 이 말은 누구나 피나는 노력을 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뇌과학자 정재승은 “이 명언은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야기의 핵심은 오히려 반대다”라고 말하며, 에디슨의 말이 잘못 전달된 과정을 설명한 적이 있다. 한 잡지사 기자가 “당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에디슨은 “99% 노력이다. 많은 사람이 노력한다. 그러나 나에겐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1%의 영감이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에디슨이 ‘99%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1%의 영감’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기자가 에디슨에게 “선생님은 하루 18시간이나 연구실에서 일을 한다는데, 힘들지 않나?”라고 묻자, “나는 평생 단 하루도 일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그건 모두 즐거움이었다.” 그는 1%의 영감만 떠오르면 99%의 노력은 별로 힘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디슨에게 1%의 영감은 ‘몰입의 즐거움’이 가져다준 선물이었고, 그 영감을 구체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은 한없이 즐거웠고 그로 인한 피로는 거의 느끼지 않았다는 말이다. 영감은 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계속 노력할 때 어느 순간 영감은 찾아온다. 에디슨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그것을 기록했다. 그 노트는 3천400여 권에 달했다. 천재에게 영감과 노력은 동전의 앞뒤처럼 일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발명이나 예술적 창작 과정은 비슷하다. 시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줄의 영감이다. 시인은 번개처럼 스쳐 가는 그 짧은 영감을 붙잡아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그 과정에서 조사 하나, 낱말 하나를 두고 밤을 새우기도 한다. 그들은 창작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행복하게 받아들인다.

우리는 가장 중요한 1% 영감의 순간을 만들고, 그것을 포착해 구체화하는 교육에 소홀하다. 무한한 인내심으로 주입식 강의를 들으며 계속 책상 앞에 앉아 있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영감과 성취감 없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작은 영감, 작은 성취에서 몰입의 기쁨과 자신감을 얻는 경험을 자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청소년기에 어느 특정 분야에만 올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이 관심 분야를 더 잘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영감의 종류는 다르다. 그래서 전 과목 만점을 지향하는 현행 입시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뇌 기능은 감탄과 감동, 성취감을 통해 극대화된다. 뇌가 느끼는 최고의 쾌락은 성취감이다. 가장 가치 있고 오래가는 감탄과 감동은 자연의 신비와 경이, 훌륭한 음악·미술·문학 작품 등을 통해 온다. 한 치의 여유도 없는 각박한 삶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 교육은 끝없는 인내와 노력만 강조하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돈은 적게 들이면서도 부모·자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보다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주기적인 고립과 단절이 역설적으로 자연과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영감의 순간을 더 많이 제공해 줄 수도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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