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학력 저하의 원인

발행일 2021-06-24 09:42:4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시욱

에녹 원장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 대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확진자 수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접종 이후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사망자 수가 250명을 웃돌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가 1건이라는 점은 오히려 국민의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 ‘11월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정부 발표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 부문에 대한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국 확진자 수 1천 명 미만인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2학기부터 전면 등교 수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정부의 9월 국민전체 백신 1차 접종완료란 점에서 학생 감염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제된 사실인 전 국민 백신 1차 접종완료의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이기에 전면 등교수업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국가 공식 통계로 ‘코로나발 학력 저하’가 최초로 확인됐다.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축소로 지난해 교과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으며 두 배 이상인 과목도 나타났다. 증가폭이 가장 큰 과목은 영어로, 고2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9년 3.6%에서 2020년 8.6%, 중3은 2019년 3.3%에서 2020년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가장 높은 과목은 고2 수학으로 2019년 9%에서 4.5%포인트 늘어나 13.5%를 기록했다. 수치를 통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비대면 수업의 한계와 대면 학습 공간의 절대적 필요성이다.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을 보도한 기사를 보면서 웃픈(?) 현실에 절망감마저 든다. 경기도 모 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에게 교사가 ‘너 이지적이다’라고 칭찬하니 불쾌한 표정을 짓더라는 사실이다. ‘이지’를 영어식(easy)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쉽게 보나’라며 불만을 나타내더란 것이다. 또 다른 일화는 ‘좀 고지식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칭찬으로 받아들이며 ‘고지식’을 지식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더란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우리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문해력 부족을 단지 독서의 부족으로만 몰아간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과 같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문해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연 학력저하의 원인이 코로나19에 국한 되는 것일까? 역대 최악의 기록이란 점에서는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지난 정부 시절의 결과와 비교하면 쉽게 코로나19가 유일한 원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의 등락은 있었지만 국·영·수 모든 과목에서 6%가 넘지 않았던 수치가 2017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급증하기 시작했다. 교육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던 2018, 2019년에도 수학 기초학력 미달이 1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결코 코로나19가 학력 저하의 유일한 원인이거나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방증이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방식이 이전 중3, 고2 전체 학생이 치르던 것을 3%만의 ‘표집평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이 또한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표집평가로 바뀐 이후도 계속해서 미달 비율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은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했다. 학교 서열화를 고착화하며 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든 시험은 없어졌다. 중1년 동안의 ‘자유학기제’는 진로탐색이란 이름하에 교육격차를 늘리는 역기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민들의 건강한(?) 아이들이 진로탐색을 하는 기간, 각 지역 교육특구에선 국·영·수 선행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회의 공정이 국가주도의 불공정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다. 전인교육이라는 명분이 전인교육의 의미도 모르는 아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들을 제쳐두고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교육부의 현실인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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