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석

기상청장

지난 5~6월, 장마라고 착각할 정도의 잦은 비와 소나기로 인해,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달 전국 강수일수가 14.3일로 최근 10년 동안 비가 온 평균일수(8.1일)에서 강수일수가 6일가량 늘어났으며, 197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다 일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잦은 비가 왔던 5~6월처럼 집중호우는 우리 생활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로 인해 1990년 이후부터 여름철 강수가 장마 기간에 집중됐던 양상에서 벗어나 여름철 전 기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장마 기간과 그 전후에 대한 강수시기의 구분이 불명확하게 되면서, 예측이 더욱 어렵고 전통적인 장마 기간과는 상관없이 집중호우 발생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장마는 매년 여름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에 걸쳐 발생하는데, 지난해에는 장마와 비에 관해서는 ‘역대급’기록을 갈아치운 해였다.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철로 제주는 49일(6월10일~7월28일), 중부는 54일(6월24일~8월16일)로 기록됐다. 더불어 장마 기간동안 강수일수 역시 전국 기준 28.3일로 역대 1위, 강수량도 전국 686.9㎜로 역대 2위, 중부지방 851.7㎜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 뿐만 아니라 부산과 대전지역에선 시간당 80㎜ 이상의 강한 비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홍수 및 범람, 산사태, 도심과 농경지 침수 등 피해가 매우 컸던 해였다.

‘한국 기후변화보고서 2020’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17년 사이 여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11.6㎜씩 증가했다. 반면 가을과 봄철 강수량은 10년마다 각각 3.9㎜, 1.9㎜ 증가해 변화 폭이 크지 않았고, 겨울철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문제는 집중호우 추세의 강화이다. 일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내릴 수 있는 최대 강수량을 의미하는 가능최대강수량은 2013년까지는 915.5㎜이지만 2100년에는 1천3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게 점차 증가하는 집중호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하천 범람, 산사태, 침수 등을 통해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호우 사전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사전대비를 위해서는 우선 집중호우가 예보됐을 때에는 저지대와 상습침구지역, 산사태 위험지역의 주민은 주민센터나 시·군·구청에 연락해 대피장소와 비상연락방법을 미리 알아두고, 하천에 주차된 자동차도 안전한 곳으로 이동 주차하도록 한다. 또한, 배수로 등에 이물질로 막혀 있지 않은지 사전에 점검한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후에는 불어난 물로 인해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가로등이나 신호등, 고압전선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침수된 지하차도와 도로는 우회해야 하고 교량이 물에 잠겼을 때나 하천수위가 높아졌을 때도 무리해서 건너지 않아야 한다. 산과 계곡의 야영객, 등산객은 계곡이나 비탈면 가까이 가지 않고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다. 집중호우가 지나간 뒤에도 주변의 피해요소를 확인하고 안전신문고나 가까운 주민센터에 신고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

자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집중호우를 비롯한 위험기상 앞에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젠 스마트폰에서 위험기상정보를 받아보자!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내 주변의 위험기상정보를 빠르게 확인해 나와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고 평소 나의 가정과 직장에서 재해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실천하는 작은 습관이 큰 불행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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