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지난 3월4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검찰총장 직을 사퇴한 뒤 약 4개월 만이다.

그는 지금 ‘대선 출사표’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장단기 미래좌표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강조해 온 헌법정신, 공정과 상식, 애국과 헌신 등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출사표는 국정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큰 틀이다. 국정 전반에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거시적이거나 총론적 성격을 띠게 된다. 국정 방향이 국민들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각론에 해당하는 후속 메시지가 받쳐줘야 한다.

---거시적 출사표 이어 각론 서둘러 밝혀야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의 대선 주자다. 국민들은 현 정권에서 진척되지 않거나 찬반이 첨예한 국가적 과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궁금해 한다. 쉽게 와닿으면서도 향후 국정 방향을 짐작할 수 있는 ‘진단’을 기다린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적 과제에 대한 생각을 하나하나 밝힐 때가 됐다. 그래야 국민들이 ‘윤석열’이란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국민들은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견해를 알고 싶어 한다. 부동산,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법이 시급한 민생이다. 지방분권, 비수도권 소멸위기, 지방대학 육성,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의지와 방침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대통령 중임제 또는 의원내각제 개헌 등은 국론을 모아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아온 대북, 대중 관계, 꼬일 대로 꼬인 대일 관계 등에 대한 해법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현안에 대한 대처방안은 뜸 들이지 말고 정리되는 대로 서둘러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 해소를 위해서나, 선거전략으로나 두루 좋다.

그가 어디서 정치를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의힘에 입당할지, 제3지대에 야권통합의 빅 텐트를 칠지 모두 궁금해 한다. 그 선택에 따라 대선 판도가 요동치게 된다. 대선을 앞두고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택은 그의 몫이지만 어떤 경우라도 야권을 한데 묶는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출마 선언 후 1~2주 가량 민심투어로 정치행보를 시작한다고 한다.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정책과 비전을 다듬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당 여부는 그 이후 결정된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기다리는 국민들에게 너무 유리한 조건만 찾는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 어느 쪽도 100% 확실한 선택은 될 수 없다. 어느 정도 자신이 서면 과감하게 승부를 걸고 상황을 이끌어 가야한다. 돌다리를 너무 오래 두드리면 실기할 수 있다.

‘X파일’은 윤 전 총장이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다. 기다렸다는 듯 논란과 함께 파상공세가 이어진다. 2019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나왔거나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를 종합했다는 설이 있다. 야권에서는 ‘공작 정치’ 산물이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친여 성향의 한 유튜브 채널은 목차부분 파일이 자신들의 ‘취재노트’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공방만 계속된다.

---얼굴없는 X파일, 해명 요구는 불합리

대선 주자 검증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제기는 무책임하다. ‘X파일’식으로 포장해 숨어서 유포하는 것은 가장 질 나쁜 네거티브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기회에 X파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재정립돼야 한다.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혹이 제기됐으니 당사자가 해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불합리하다.

정당한 의혹 제기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가 정체불명의 X파일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얼굴없는 X파일의 유포를 막고 출처와 작성자를 찾아내 제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계기가 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