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수술을 위해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을 인터뷰를 하다 보면 대부분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예쁘게”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연스럽게 수술하면 너무 빨리 수술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들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라고 다시 물어본다.

그러면 환자는 대부분 “그래도 좋아요. 무조건 자연스럽게 해 주세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나는 “정말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라고 재차 다짐하듯 힘주어 말한다.

몇 번의 다짐을 받은 다음 환자가 원하는 수술을 마치고 2개월 가량 지난 후 어느 날 불쑥 나타나서 “선생님! 수술 뭐하신 거예요? 원래대로 다 돌아갔으니 다시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꼭 한 두 명쯤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수술 전 청약서를 환자 앞에 내놓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제가 그 때 뭐라고 했습니까?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사전에 이야기했지요? 다시 하려면 재수술이니까 수술비 다시 내셔야 합니다”라고.

미리 받아 둔 청약서에 이 같은 내용이 적혀있고, 환자가 직접 사인한 것까지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병원 문을 열고 나갔다가 며칠 지나 그래도 다시 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보통 환자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큰 돈 들여서 수술하는데,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가기를 바라십니까?” 그러면 환자들은 “평생 가야죠!”라고 이야기 한다. 그럴 경우 “이번 수술로 이제까지 나이 들면서 생긴 주름들을 없애줄 수는 있지만 앞으로 생길 주름까지 예방해줄 수는 없습니다”라고 이야기 해 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환자들의 노화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환자들이 원하는 것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수술을 해 준다. 그래야 효과가 좀 더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환자들의 심리는 그게 아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 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나기라도 하면, 주위의 지인들은 다 한 번 씩 찾아와 수술한 모습을 보고는 ‘멍이 어떻다’, ‘부기가 어떻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이런 말은 그나마 다행이고 ‘차라리 예전 모습이 좋다’, ‘무엇 무엇이 잘못됐다’, ‘어디 어디는 짝짝이다’…. 불안한 환자들의 마음을 위로한답시고 아픈 말들을 이야기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일쑤다.

그러다 보면 불안해 하고 실망한 환자들은 병원으로 달려와서 하소연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수술하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수술하시고 나면 잘 보이는 안경 하나 맞춰서 쓰고 다니세요.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어 부담을 덜 수 있을 겁니다. 서너 달 정도 쓰고 다니시다 보면 남들의 관심이 줄어들 것이고 그 때 쯤이면 벗고 다니셔도 됩니다.”

이런 야단법석을 겪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의사들도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은 환자들도 있다. 몇 년 전 내원했던 어머님 한 분을 보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그 어머니는 이미 나이 50살에 얼굴 주름 당기는 수술을 한 번 받았다고 했다. 이제 70대에 접어드니 예전에 수술한 부위가 다 아래로 처져서 한 번 더 수술했으면 한다고 병원을 찾아오셨다. 지금도 혼자 벌이가 있는지 활기차게 마치 젊은이처럼 생활하고 계신 것을 봤다.

수술 당일 가족들이 알게 되면 쑥스럽다고 아무도 모르게 하고 싶다고 해서 며칠 동안 묵을 수 있도록 숙소도 마련해 드렸다. 수술 후 실밥도 빼고 어느 정도 상처가 아물어 이제 밖으로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되자 10년은 젊어질 수 있는 멋진 휴가를 보내고 온 것 같다면서 좋아하셨다.

며칠 뒤 기분 좋은 얼굴로 병원을 방문한 그 환자는 군데군데 멍이 약간 남아있고, 얼굴 표정에도 조금 부자연스러운 데가 있엇지만, 곱게 화장을 했고, 수술 흉터는 화장으로 적당히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수술하고 나서 멍이나 부기는 화장으로 가리고 빨리빨리 다녀야지, 언제까지 집에 틀어박혀서 거울만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다 몇 달 지나가고 나면 그때쯤이면 이미 괜찮아요!”라고 웃는다.

이런 환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에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 그리고 수술을 계획하거나 또 수술 때문에 불안해 하는 환자들이 있으면 이렇게 이야기해준다. “몇 십 년 동안 나이가 들어서 처져 내려온 것을 단 한 두 시간의 수술로 되돌리는데 어떻게 처음부터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요? 미운 오리새끼가 아름다운 백조처럼 변신하는데도 많은 수고가 따르듯이 수술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잘 지내신다면 머지않아 활짝 웃게 될 수 있으니 너무 염려마세요.”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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