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위협 입점 반대 집회.. 이제는 일자리 축소에 폐점 반대||1-2년사이 유통환

2015년 6월, 대구 칠성시장 상인 100여 명이 북구 칠성동의 당시 롯데마트 칠성점 예정지 앞에서 대규모 피켓시위에 참여했다.

대형마트 개점 허가를 둘러싸고 롯데쇼핑과 대구 북구청이 벌인 행정소송에서 대구지방법원이 롯데쇼핑 손을 들어주는 개점허가 판결을 내린 직후였다.

그해 여름 대구 북구 일대는 대형마트 입점 저지 이슈로 시끄러웠다. 1㎞ 떨어진 칠성시장 상인들은 당시 판결을 두고 ‘서민경제와 지역정서를 고려하지 않았다’, ‘생존권이 크게 위협 받고 있다’고 반발했다.

롯데마트는 주변 시장 상인의 거센 반발에 개점 일정을 연기했다. 애초 창고형 회원제 마트(빅마켓)에서 일반형 마트로 변경하는 진통을 거듭하던 끝에 가까스로 2015년 12월15일 개점을 했다.

그로부터 3년도 되지 않은 2020년 10월, 롯데마트는 칠성점 폐점 계획을 밝혔고 곧바로 두 달 뒤 문을 닫았다.

이번에도 칠성점 앞은 시위로 몸살을 겪었다. 집회의 주체와 목적은 정반대다. ‘폐점으로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 ‘구성원들이 생존권을 위협 받는다’는 목소리로 협력업체 직원들과 노조가 반발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소비패턴을 온라인 중심으로 바꾼 영향이다. 1~2년 새 대구의 대규모 유통시설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은 원인이기도 하다.

한때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 상권을 위협하는 ‘무서운 골리앗’으로까지 비유된 대형 유통업체들은 스스로 퇴장의 길을 걷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와 적자 누적이 지속되면서 대구에서만 10곳 가까운 대형 유통시설이 사라졌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칠성점 폐점이 공식화되기 하루 전에 자산유동화 결정으로 폐점을 확정했다.

대구시민이 사랑한 대구백화점 본점이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동아백화점 본점(동아아울렛)이 페점한 지 1년만에 두 향토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12월에 문을 닫는다. 지난달에는 홈플러스 스타디움점이 폐점했다. 이마트 감삼점도 7일 문을 닫고 롯데마트 칠성점이 같은 이유로 대구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쇼핑의 영플라자도 계약 임대기간을 남겨두고 문을 걸어 잠갔다.

홈플러스 대구점의 경우 전국1호 홈플러스이자 대구 최초 대형마트라는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한때 백화점에 버금가는 이익을 창출하며 전국적 주목을 받은 곳이라는 점에서 폐점이 의미하는 바가 남다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 상권을 죽인다’며 아우성을 받았던 곳이다. 2020년대는 사정이 달라졌다. 폐점 이슈 속 실업 문제가 부각되며 폐점 반대 논리까지 등장했다.

홈플러스 대구점과 스타디움점, 롯데마트 칠성점 폐점에서 그랬다. 폐점 소식 후 노조와 입점상인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의 목소리다. 직원들의 생존권이 달렸다는 이유로 그들은 폐점을 반대한다.

대구시도 지금같은 대형마트의 잇따른 폐점이 달갑지 만은 않다.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의 선순환 차원에서 긍정적 영향도 있는 이유다.

이쯤 2006년 수립된 대구시의 ‘대형마트 신규 입점 제한 계획서’를 돌아보게 된다.

15년이 지나 유통환경이 변한 지금까지 여전히 유효한 이 계획서는 대형마트의 출점을 제한해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하는 차원으로 범안로·앞산순환로·율하로 등 대구시내 4차 순환로 내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2006년 수립 후 롯데마트 칠성점이 예외적으로 개점하긴 했지만 잇따른 오프라인 폐점 분위기 속에서는 유명무실한 ‘방침’으로 남아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상이 변했고 그에 맞춰 행정 또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명문화된 문서로 남아있는 도심 내 입점제한 계획서에 근거한 무조건적인 제한보다는 상생과 동반성장의 개념을 부각시킬 때가 아닌가 싶다.





윤정혜 기자 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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