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서른여섯 살의 야당 대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젊은 바람이 시대의 흐름이 될 조짐이다. 청와대는 20대 청년 비서관을 임명, 맞대응했다.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을 위한 토론 배틀도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결승 진출자 4명 중 3명이 2030이다. 이준석 체제가 지역과 세대, 이념과 계층을 넘어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젊은 바람이 보수를 젊고, 새롭고, 건강하게 만들면 그것이 다시 진보를 자극해 우리 정치를 바꿔주는 선순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바람에 밀려 눈 밖에 난 꼰대들을 내쳐서는 곤란하다. 꼰대는 아직 힘이 있다. 그냥 물러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지난 3월 우리는 영화배우 ‘윤여정’에 빠져 행복했었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온 국민이 열광했다. 코로나블루도 날려버렸다. 윤여정은 올해 74세다. 그에게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란 신조어를 탄생시켰고 2030이 열광했다. 오스카상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솔직함과 당당함, 세련된 매너와 유머 감각에 전 국민이 매료됐다. 윤여정은 액티브 실버의 아이콘이 됐다. “내 나이에 잃을게 뭐 있어.” 쿨하게 외치며 도전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윤여정은 지난해 추석 ‘가황 나훈아’가 신드롬을 일으킨 뒤를 이어 우리 사회에 ‘실버세대’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나훈아는 지난해 추석 KBS 2TV 방송을 통해 15년 만에 시청자들과 만났다. 72세,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파워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인생이 왜 이렇냐고 묻는 ‘테스형’ 노래에 국민이 감동했다.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는 세월을 거역했다. 국민 가슴을 뻥 뚫어 놓았다. 신선한 자극이었고 충격이었다. 한동안 대한민국은 테스형 앓이를 했다. 나훈아가 오는 16일부터 3일간 대구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대구 팬들은 벌써부터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그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윤여정, 나훈아 등 활약 눈부신 액티브 실버

정치계엔 김종인이 있다. 1940년 생인 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정치판을 쥐락펴락 휘젓고 다닌다. 비판도 있지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킹 메이커로 국민에게 깊이 각인된 그가 또 다른 대통령을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우리 사회엔 김형석 교수, 방송인 송해 등 세월을 거부하며 열정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자신만의 색깔로 사회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액티브 실버의 활약이 눈부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일깨웠다. 1942년 생인 그는 최악의 코로나 전염병과 경제 위기,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악조건 속에 취임,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강 펀치를 날리며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각성을 대외에 알렸다.

윤여정과 같은 나이의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EU에서 왕따 신세가 된 이탈리아를 모범국가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취임 3개월 만에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능력을 갖춘 정치인 한 명의 힘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준석 바람, 늙은 말 지혜 더해야 태풍 될 것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은 고죽국을 정벌하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군대가 길을 잃었다. 밤이 깊어 길을 찾기가 어려워졌고 눈보라와 추위에 군사들은 벌벌 떨었다. 군사들이 얼어 죽을 것을 걱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상인 관중이 많은 전쟁을 경험, 본능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이 있는 늙은 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관중은 늙은 말 몇 마리를 풀어 앞장서도록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정 때 왔던 큰 길이 나타났다. 제나라의 군사들은 늙은 말 덕분에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노마지지(老馬之智) 고사의 배경이다.

이준석 바람은 우리 사회에 희망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뭔가 1%가 부족하다. 경험과 연륜이다. 우리 사회엔 지혜와 덕을 갖춘 6070이 즐비하다.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호풍환우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바람은 늙은 말의 지혜가 더해져야 태풍이 될 수 있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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