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산업자의 사기행각에 포항이 발칵 뒤집혔다.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연루자가 늘어나고 있다. 현직 국정원장을 만나고 특검에 고급 외제차를 빌려줬다. 지역 정치권 인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검사와 경찰서장은 물론 언론계 인사들까지 만나고 금품을 건넸다. 졸지에 포항이 사기꾼의 표적과 놀이터가 돼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등 망신살이 뻗쳤다. 경찰은 사건을 속속들이 파헤쳐 어처구니없는 사기 행각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이 업자는 고향인 포항에 둥지를 틀고 1천억 원 대 재산가 행세를 하며 인맥 폭을 넓혀 왔다. 먹잇감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함께 놀아난 검·경과 언론계 인사들에겐 김영란법도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식사 접대와 선물 공세에 눈이 멀었던 것이다.

연루자가 점점 늘고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과도 식사하고 독도 새우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 측에 포르쉐 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사기 혐의로 구속된 업자가 어떻게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는지 그 경위가 의문시되고 있다. 고급 시계 등 선물 내역 등도 추가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이 업자는 2008, 2009년 36명을 상대로 1억6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2016년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변호사 사무장을 사칭, 개인회생·파산절차를 진행해 주겠다는 등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그는 2017년 특사로 풀려난 뒤 또 100억대 사기를 쳤다. 재력가 행세를 하며 투자자에게 접근, 3, 4배 수익을 미끼로 돈을 받아 가로챘다. 그는 사기 수익으로 3억 원이 넘는 벤틀리를 몰며 호화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 사기꾼의 문어발 인맥의 발판은 교도소로 드러났다. 그는 교도소 수감 시절 알게 된 언론인 출신 정치인과 인연이 계기가 됐다. 정치인 등과 교유를 확대하면서 사기 규모도 늘려나간 것이다. 교도소가 여전히 범죄 사관 학교 구실을 하고 있는 상황이 드러났다.

대구·경북은 10여 년 전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에게 큰 욕을 먹은 적이 있다. 그 악연을 떨쳐 버리기도 전에 금액은 작지만 포항을 뒤흔든 사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엉뚱한 사기꾼 한 명 때문에 포항 시민 전체가 욕을 먹을 판이다. 경찰은 이 업자의 사기행각 전모를 밝혀야 한다. 업자로 인해 추락한 포항시의 위상을 찾는 일도 과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은 꼴이 됐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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