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석 기상청장
▲ 박광석 기상청장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워라벨’이 등장하면서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족 단위 캠핑을 떠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600만 명으로 10년 전보다 10배 가량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캠핑용품을 사은품으로 주는 홍보마케팅이 늘어난 것만 봐도 캠핑의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캠핑은 자연과 더불어 심신의 안정을 얻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건전한 야외 활동이지만, 최소한의 장치로 야외에서 숙박하므로 준비가 소홀하다면 안전을 위협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집중호우, 태풍, 폭염 등 위험기상이 자주 나타나고, 산지에서는 날씨가 급변할 수 있어서 캠핑의 제일 첫 번째 준비물은 현지의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비가 내려도 지형에 따라 그 영향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 평지와 비교하면 산지에서는 위험기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산악지형이 공기를 강제상승시키면서 더 강한 비구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자주 발생하는 집중호우는 주로 적란운에서 발생하는데, 이 적란운은 강한 상승기류가 있을 때 잘 만들어진다. 산악지형은 산 사면이 가열되면서 공기가 상승하기 쉽고, 골짜기를 따라 공기가 모여들기 때문에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기 좋다.

고도에 따른 상호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산 정상부근에서는 산 사면을 타고 상승한 수증기가 구름이 돼 지형성 비가 내린다. 산 정상보다 더 높은 층에서도 저기압, 태풍 등의 여러 가지 기상 요인으로 인해 비구름이 만들어지게 되면, 물을 잔뜩 머금고 있던 아래층의 지형성 비구름과 만나 국지적으로 더욱 강한 비가 내릴 수 있다.

산 정상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반면, 그보다 낮은 계곡이나 평지에서는 비의 강도가 약하거나 적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산 정상부근에서 내린 비가 산 사면의 경사를 따라 모이고 좁은 계곡으로 합류되면서 계곡물이 순식간에 불어나고 물살이 빨라질 수 있다. 또 계곡 주변의 바위, 흙, 쓰러진 나무 등이 급류에 휩쓸려 내려오면서 위험도가 더욱 증가한다

실제로 집중호우로 산간계곡에서 고립되거나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인명사고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기상이나 대피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문자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는 이런 재난이 없도록 야영객의 대피를 안내하는 안전문자를 수신했다면, 곧바로 캠핑지를 떠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고, 이미 계곡물이 불어나 고립된 경우에는 안전한 곳으로 우선 대피한 후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기상청에서는 지난 4월부터 보다 상세한 기상정보로 일상생활의 활용성과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최대 글피(+79시간)까지 1시간 단위의 예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유역 단위의 강수량을 지자체에 제공해 물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날씨가 갑작스레 변할 때는 지역별 날씨전망에 대해서 지자체에 즉시 전달해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또한, 기상청이 운영하는 ‘날씨알리미앱’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기상정보를 수신 받을 수 있고, 실시간 레이더 영상과 천리안위성 영상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캠핑 계획 단계부터는 물론이고 캠핑 중이더라도 수시로 최신 예보와 현재 날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중 위험기상을 만나면 당황하거나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설마 나한테는 위험기상이 나타나지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객관적인 기상정보를 잘 참고해서 위험에 대비하고 조심하는 안전하고 슬기로운 캠핑 생활하길 바란다.

박광석 기상청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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