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c

발행일 2021-07-11 16:33:3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카운트다운 한 시간이 벌써 일주일 지났다. 자발적 시간표로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더없이 고맙다. 쪼개지 않아도 되는 하루 24시간, 그 완전체가 새삼스레 신기하다. 공간에 깊숙이 들어와 기운을 돋우는 햇살, 싱싱하게 피어난 보랏빛 수국은 탐스러운 행복을 선사한다. 지난 추억이 순간순간 떠올라 가끔 서성거리지만, 이 순간의 풍경도 언젠가는 또 그리워질 것이리라.

수국을 보러 제주도에 간 지인이 “한여름 제주의 수국을 감상하지 않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며 동행하지 않은 나에게 새침하게 충고한다. 하얀색, 보라색, 연두색으로 소복하게 피어나 있을 녀석들의 사진이 곱다. 사진 속, 여행객의 뒷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수국을 들여다볼까. 아무 선택을 하지 않고도 다양한 색으로 피어난 그들을 부러워할까. 핑크, 아이보리, 하얀색. 보랏빛과 알록달록 꽃잎에 무늬까지 그려진 앙증맞은 꽃잎들을 마주하며 그냥 한 아름 품어보고 싶진 않으랴. 수국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수많은 꽃송이의 색깔이 달라진다고 하니, 선택의 갈림길에서 갈등하지 않아도 되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드디어 사업자 등록증이 나왔다. 이름 석 자, 사업을 시작하려니 이런저런 선택을 해야만 한다. 조직에 들어있을 때는 무심하게 그냥 지나갔던 일들이 이젠 하나하나 손끝에서 선택되고 결정돼야 한다. 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더 나을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더 좋은 것으로 정하고자 하다 보니 수국의 꽃말처럼 ‘변덕’과 ‘진심’이라는 양면의 마음을 자주 경험한다. 근무환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고용의 관계도 완전히 주와 객이 바뀌어 구성하고 이끌어가야 하니 결정의 순간들이 자꾸만 다가온다. 그렇지만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며 늘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결정해야 우리의 사업체가 온전히 굴러가지 않겠는가.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직관적인 느낌과 생각, 그리고 믿음이지 않은가. 자기주장을 그리 강하게 하지 않고서도 잘 살아왔던 지난날이라서 매번 선택해야 할 때가 되면 나는 주장이 약하다 못해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면 “아~그래요? 그러면 그렇게 하지요” 수긍해놓고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번뜩 다른 방법이 떠오른다, “아. 그럼 난 어떡하지?” 이렇게 주장이라도 해볼 것인데. 사회 초년병의 고민이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지 않던가. 스스로를 믿고서 자신 있게 선택하고 일단 결정했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나아가는 것, “직진, 쭈욱~고~!”가 답이 아니겠는가. 어느 작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생각이나 결심이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감각을 잘 느끼는 사람이라고. 우리가 어떤 경험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의 감각은 자극을 받고 그렇게 우리는 감성, 감정을 느끼고 알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감성 근육’이라고 그는 표현하지 않던가. 감성 근육을 키우는 좋은 방법은 나의 감각과 감정을 추상적으로 인지하기보다 언어로 확실히 표현하는 게 좋다고. 그래서 자기 기분, 감정,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다 보면 명확히 자기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고.

날마다 우리는 선택하고 살아간다. 그때마다 흔들림은 있겠지. 그래도 부는 바람에 매번 흔들리고 꺾이고 부러진다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는 우리 인생이 너무 고되고 버겁지 않으랴. 고민 끝에 어떤 결심을 내리든 나의 선택을 믿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결정한 나 자신을 믿고서 확신으로 나아가 보는 것이 답이 아니겠는가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21세기를 잘 살아가면서 필요한 생존기술로 ‘3C’를 꼽는다는 이들이 많다. 오래전 대우 그룹 CEO 김우중 전 회장의 책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탐독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우리나라 청년이 꼭 갖춰야 할 것으로 3C를 강조했다. 외국어 능력(conversation), 자동차 운전(car), 컴퓨터 조작(computer)은 필수라고.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따라 한 젊은이들도 많았으리라. 일본에서는 여성이 결혼 상대에게 요구하는 조건을 나타내는 말로 심리학자 오구라 다카노가 ‘3C’를 제창했다. Comfortable:본래는 ‘편안한’이지만 의역해 ‘충분한 급료’를 칭한다. Communicative: 동일한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일 것, Cooperative: 본래 뜻은 ‘협조하는’이지만 ,‘가사를 잘해 준다’를 뜻한다던가.

오늘 지금, 이 순간의 ‘C’들은 일단 변화(change)하기로 마음먹었으면, 그것을 기회(chance)로 여기고, 잘 선택(choice)해 앞으로 열심히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관계에서도 contract를 아주 잘하는 것도 붙여서 4C를 모두 잘 할 수 있기를.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많이 본 대구뉴스

많이 본 경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