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즉 페스티벌(Festival)은 개인이나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나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학자들은 정의한다. 이런 정의는 종교의식이나 제사가 구분되지 않았던 고대나 그 이전 인류 초기의 축제까지 망라해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는 축제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다. 오늘날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스티벌만 봐도 공동체의 결속력 다지기와 문화적 정체성 확보라는 전통적 의미 외에,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라는 경제적 목적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지난해 열리지 못했던 대구치맥축제가 올해는 10월 개최를 목표로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매년 규모가 커지며 이제는 대구에서뿐 아니라 전국적 명성까지 얻고 있는 행사이기에 시민들로서는 무척이나 반갑고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또 10월께 코로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에 지금으로선 치맥축제가 그때 열릴 수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치맥축제는 불과 10년도 안 돼 대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우뚝 섰다. 치킨과 맥주를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산업축제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고 2013년에 첫 행사가 열렸다. 매년 7월께 열리는 이 축제에는 첫해 때부터 수십 개 치킨업체와 맥주업체가 참여했으며, 방문객도 이젠 내·외국인을 포함해 매년 1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만큼 질과 양 모든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닭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어려웠던 시절 시민들에게 육류를 많이 보급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다. 그런 영향으로 1970년대부터 대구에서는 닭과 그 부산물을 재료로 하는 다양한 음식이 개발됐으며, 이런 닭집들이 밀집한 서문시장, 번개시장, 평화시장, 칠성시장 등은 특화된 닭요리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됐다.

그리고 1980년대 들어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이 대구를 중심으로 일어나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멕시칸, 페리카나, 처갓집양념통닭 등이 대구에서 시작된 1세대 프랜차이즈라면,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역시 대구에 뿌리를 두고 전국적 스타기업으로 성장한 2세대 프랜차이즈라고 할 수 있다. 대구치맥축제의 탄생과 성공에는 이런 대구의 닭 산업 저변과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를 성공시킨 기업가정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참에 발상의 전환도 한번 해봄 직할 것 같다. 치맥축제를 통해 ‘대구의 맥주’를 한번 발굴해 보면 어떨까. 요즘 수제맥주가 대세라는데 이중 대구에 근거지를 둔 수제맥주를 대상으로 선별해 치맥축제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축제인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나 중국의 칭다오맥주축제, 하얼빈맥주축제, 그리고 일본의 삿포로맥주축제 등을 봐도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 맥주로 행사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치맥축제를 매년 주최하고 있는 한국치맥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치맥축제는 일단 10월 중 한 주를 택해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닷새간 열 계획이라 한다. 역시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코로나 사태 확산인데, 이에 대비해서도 주최 측은 방역게이트나 체온측정기 설치 등 방역망을 촘촘히 짤 것이고, 또 코로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는 행사 계획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에도 대비한다고 한다.

축제는 어쨌든 참가자들에게는 재미가 있어야 하고 그 자체로도 흥이 있어야 제맛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바람 나는 이벤트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사태로 지친 시민들에게 올해는 어느 해보다 축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구치맥축제 개최 시기를 즈음해 대구에서는 각 구·군별로도 축제성 행사가 여럿 열릴 예정이다. 대구치맥축제를 스타트로 해 예정된 모든 행사가 열릴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요즘에는 마음 편히 친구들과 맥주 한 잔 나눈 게 언제였었나 싶다. 이 모든 게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놈’ 때문인데, 대구치맥축제가 열릴 즈음에는 코로나 사태도 그 긴 터널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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