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로 출발하는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제’

발행일 2021-07-17 0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내년부터 본격 시행이지만 인력은 2년에 걸쳐서 채용

대구시의회 전경.
내년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지방의회 유급 보좌관 제도가 ‘반쪽짜리’ 출발로 30여 년만의 지방자치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이 1988년 법 제정 이후 32년 만인 지난해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광역 및 기초의회도 국회의원처럼 의원들을 보좌할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게 됐다.

17일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대구 등 전국 지방의회는 개정법에 따라 의원 2명당 정책지원 전문 인력 1명을 위원회 또는 사무처에 배치할 수 있다. 의원 수 30명인 대구시의회는 정책지원 전문 인력 15명을 둘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법에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내년 의원 수의 1/4, 2023년 1/4을 채용, 활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내년 1월부터 유급 보좌관제 전면 시행을 바라는 대구시의회 등 전국 광역 및 기초의회는 정책지원 전문 인력 일괄 채용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전혀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3일 원격 화상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정책지원 전문 인력 등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개정 주요 내용(안)을 전달했다. 정책지원 전문 인력 명칭만 의정지원관으로 바뀌었을 뿐 2년간에 걸쳐 나눠 채용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대구시의회는 이 방침에 따라 의정지원관을 내년 7명, 2023년 8명을 각각 채용, 배치해야 한다. 이마저도 일괄 채용으로 규정하지 않아 연중 모집에 나설 수도 있다. 정상적인 의정지원관 운영은 오는 2024년부터 가능하다.

여기에다 광역의회 6급 이하, 기초의회 7급 이하의 일반직 및 임기제 공무원 임용 안만 마련됐을 뿐 고용 형태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일선 지방의회는 의정지원관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채용 계획도 수립하지 못한 채 행안부 지시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대구시의원 등 지방의회 의원들의 불만 역시 고조되고 있다.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전문성 있는 보좌진의 조력을 받아 의정활동 능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상수 의장은 “의원들을 보좌할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는 근거가 30여 년 만에 마련됐지만 세부 계획 등을 중앙정부가 좌지우지하다보니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대구시 등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 운영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지연된다는 지론을 펼쳤다.

장 의장은 “12조7천억 원에 달하는 대구시의 1년 예산을 30명의 의원이 다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1인당 평균 4천233억 원 수준”이라며 “입법(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지역 민원 수렴 등을 혼자 처리하는 의원들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방의회가 지난 30년 동안 의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급 보좌관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명확한 지침을 받지 못한 지방의회 사무처 역시 내심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대구시의회 한 관계자는 “정부가 조직 편성을 위해 세부지침을 마련, 하달하든지 아니면 지방의회에 위임해야 업무가 진행되는 데 계속 미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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