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접어든 대구지역 신준민 화가..대구 풍경 통해 본인의 내면 드러내

발행일 2021-07-17 13:35:2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역문화의 힘, 청년예술가 〈8〉 신준민 화가

달성공원 동물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등 자신의 감정 투영해 새롭게 재창조

신준민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스스로 한계에 부딪힐 정도로 작품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어요. 화가로서 새 출발 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대구에서 10년 차에 접어든 화가지만 자신의 에너지와 열정을 작품에 모두 드러내고 싶다는 신준민(37) 작가가 웃으며 말했다.

영남대 디자인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졸업과 동시에 화가로 꿈을 키워왔다.

대학원 시절 풍경을 기반으로 한 회화작업에 몰두하며 흰 캔버스에 펼쳐지는 유화물감의 성질과 표현력에 매료돼 회화의 세계에 빠지면서다.

신준민 작가의 작품은 ‘대구의 풍경’을 소재로, 그만의 시선으로 재창조한다. 그는 작품에서 인물과 사물을 최대한 배제해 실루엣으로 흐릿하게 그릴 뿐 풍경에 집중한다.

신 작가는 “풍경을 그리지만, 나만의 시선을 가지게 되면서 일상 곳곳의 주변 풍경들을 새로운 풍경으로 표현한다”며 “일상을 거닐다 보면 어떤 장소와 풍경이 마치 ‘나를 그려달라’는 듯 나를 미묘하게 끌어당기는 데 거기서 내적인 감정과 심정이 많이 투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달성공원 동물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공사 현장 등에서 마주하는 쓸쓸하고 적막한 풍경을 담아내왔다.

특히 그는 풍경을 그리면서도, 풍경이 주는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그때의 바람이나 공기, 냄새 등 공감각적인 요소를 작품에 반영한다.

신준민 작가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7년간 어두운 색채를 사용해 우울감과 적막함, 쓸쓸함을 강조했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되듯 그는 적막하고 쓸쓸함을 표현하면 내면의 슬픔에 위로가 돼서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빛이 나는 풍경이나 하얀 색채를 품고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다.

신 작가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도시 공간이 조용해져 모든 일상이 작품의 소재가 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고, 사람들의 아픔을 소재화하는데 회의감과 죄책감이 느껴졌다. 또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모든 일상에 너무 많이 투영돼있다 보니 희망이 있는 밝은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빛나는 날들_oil on canvas_227x450cm_2020
하얀 공장(white factory)_oil on canvas_227x300cm_2020
그의 꾸준한 작업 활동으로 2015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올해의 청년 작가로 선정됐고, 2017년 수성아트피아에서 수성신진작가,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하정웅 청년 작가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또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대구예술발전소 ‘팬데믹’ 전, F1963 ‘시선과 관점’(부산), 광주시립미술관 ‘빛’(광주), 시안미술관(영천), 스페이스K(과천) 등 전국에서 다수의 단체전을 참여했다.

물빛들_oil on canvas_227x300cm_2021
흰빛_oil on canvas_227x181cm_2021
신준민 개인전이 17일까지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열린다.
그는 17일까지 북구 어울아트센터 갤러리 명봉에서 개인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빛’ 시리즈로, ‘빛이 지나간 자리’를 표현했다. 그의 작품은 흰빛을 찾아가는 듯 잔잔한 강물이 일렁거리면서도 반짝거림을 표현해 마치 희망을 전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신 작가가 친구들과 찾은 서해에서 한적한 바다의 모습을 기억한대서 비롯됐다.

그가 바라보는 서해는 일몰을 내리쬐며 빛에 의해 부서지는 파도 같았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의 물결과 함께 튜브를 타고 둥둥 떠다니며 흘러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파도가 그려내는 바람의 형상 같다고 느꼈다.

전시 작품은 그가 여행지에서 받은 영감을 대구에서 찾기 위해 물이 있는 월광수변공원과 달성습지, 사문진나루터 등을 일몰에 찾아가 그 순간을 그려낸 것이다.

산책_oil on canvas_227x600cm_2021
물개바위_oil on canvas_227x362cm_2019
장소를 위주로 그려내는 그는 작업 중 신기한 사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이 마치 파괴왕(?)처럼 그림을 그리면 그 장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구시민운동장과 공사장 등이다. 그가 자주 찾던 달성공원 동물원도 곧 이전을 앞두고 있단다.

신 작가는 “그리는 곳마다 공간이 이전하거나 사라져 아쉽기도 하면서 기록이 되는 것 같아 재밌다”며 “아마도 개발이 많이 진행된 곳이 아닌 낙후되고 한적한 추억이 깃든 자연스러운 장소를 찾아보니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 작가는 앞으로 색감의 변화뿐 아닌 주제적인 변화에도 도전한다.

그는 “첫 작가 생활에 접어들었을 때 대구 풍경을 그릴 게 정말 많아 행복했다. 하지만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만 있다 보니 대구로만 풍경 작업을 한다는 게 작가 생활에 한계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앞으로는 타지를 그리는 풍경 작업도 펼칠 계획이다. 그러다 보면 몇십 년이 지나 나의 그림이 기록이 되면서 빛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풍경을 간결하면서 비현실적이고 단순화해 그려낼 계획이다.

10년 차에 접어들며 대구의 숨겨진 수십여 곳을 그려왔지만, 이제는 막연히 찾아다니던 장소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고 느꼈고, 본인의 감정을 더욱 투영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작업을 하는 순간만큼은 여전히 설렌다”며 “현실이 힘들고 각박해져도 이런 감정을 놓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대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많이 본 대구뉴스

많이 본 경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