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코로나19 백신 보릿고개가 너무 힘겹다. 확진자 발생 2천 명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4차 대유행에 정부는 고개를 떨궜다. 4단계 거리두기 시행으로 수도권 주민들은 사실상 ‘야간 통행금지’에 들어갔다. 유흥업소 발 확진자 폭증으로 2030이 뭇매를 맞았다. 백신 접종만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공급은 불투명하다. 백신 예약 중단 사태까지 터졌다. 조달 계획이 삐끗하면서 접종도 순연됐다. 백신의 상당수는 8월 중순 이후에나 들어온다고 한다. 앞으로 한 달은 백신 가뭄이 불가피하다. 16일부터 방학이 시작됐다. 학원가가 비상이다. 학원 강사 대부분이 접종 받지 못했다. 정부의 대응 실패가 따갑다. ‘문재인 대통령의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마당이다. 자랑하던 K 방역이 조롱거리가 됐다.

우리 국민은 위기 때마다 힘을 다해 극복한 ‘긍정 에너지’가 있다. 긍정 에너지에 불이 붙으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일제 강점기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과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 2007년 충남 태안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는 손발을 걷어붙이고 나선 국민의 노력과 헌신으로 극복했다. 자원봉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일은 정부가 저지르고 수습은 국민 몫

2019년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을 막자 국민들의 자발적인 일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부메랑이 됐다. 일본 의류와 맥주 판매 및 수입이 급감했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성과도 거뒀다. 반면 일본은 금수 품목의 매출 급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인만큼 정부 지시에 잘 따르고 협조하는 민족은 드물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정부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DNA가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무지몽매한 탓이 컸다. 하지만 세계 10대 강국 반열에 오른 요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일본같이 순종적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긍정 에너지의 힘이라 여겨진다.

당파 싸움에 영일이 없던 조정과 무능한 정부 때문에 백성이 생 고생했다. 국민은 죄가 없다. 시킨 대로 한 것 밖에는. 일은 지도층이 저질러 놓고 수습은 백성이 했다. 코로나19 1년 반이 지난 지금, 민생은 파탄 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데도 1~4단계까지. 자신을 옭아매는 정부 조치에 그냥 순순히 따르고 있다. 지금 4단계가 시행 중인 수도권 식당가와 유흥가는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정부가 신천지교회, 광복절 집회, 2030 원정 유흥을 탓하는 동안 국민은 나들이를 자제하고 마스크를 생활화했다. 이게 우리 국민이다.

얼마 전 백신 예약 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대신해 밤잠을 설쳐가며 광클릭 소동을 벌였다. 물량도 없이 예약부터 받았다가 덜컥 탈이 났다. 마스크 희망고문에 이어 백신 희망고문까지, 국민은 절망한다. 백신 새치기 현상도 나타났다. 수험생이 올해 갑자기 3만 명 늘었다. 화이자 접종을 노린 지원자들 때문이다. 백신 거지가 만든 씁쓰레한 풍경이다.

--백신 보릿고개, 희망고문 그만해야

한국만 유달리 백신 접종에 거부감이 덜 하다. 잔여 백신 주사에 목을 맨다. 예약을 못할까 안달이다. 외국과는 딴판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선 접종을 기피, 대통령까지 나서 접종을 독려하고 인센티브까지 내세우는 판국이다. 믿을 건 백신뿐인데 한 달 가까이 백신 접종은 제자리 걸음이다. 공급 차질 때문이다. 백신 스와프도 기대에 못 미친다. 그 사이 더딘 접종으로 비아냥 받던 일본은 우리를 성큼 앞서가고 있다.

국민은 잔여 백신 확보에 안간힘이고, 백신 주사에 몸이 달아 있다. 정부는 백신 오판과 잘못된 신호로 국민을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방역 실패 책임을 물어야 했다. 대통령은 모두의 책임이라며 오불관언이다. 국민이 모르모토인가. 지금이 코로나 방역을 시험할 땐가.

잘 하는 것이 딱 하나 있다. 걸핏하면 발표하는 통제다. 코로나 대응 실패를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기는 정부다. 고통은 오로지 국민 몫이다. 국민은 피로감과 풀어진 경각심으로 파김치가 됐다. 국민이 이제 더 무엇을 해야 하나. 무능한 정권 때문에 국민이 많이 아프다. 더 이상 국민을 희망고문하지 말라.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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