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 (학이사, 2020)
대략 1940년 전후로 태어난 분들은 말하자면 비운의 세대다. 일제치하에서 태어나 나라 없는 설움을 겪었고 유년기에 해방정국의 혼란기를 보냈다. 사랑에 눈 뜨는 사춘기에 참혹한 전쟁을 체험했다. 군인으로 참전하거나 피난을 다녔다면 그 고초는 말할 필요도 없다. 살육의 현장과 굶주림 속에서 살아남은 것만 해도 천운일 법하다. 전후에도 격동의 세월은 여전히 이어졌다. 사회가 불안한 가운데 혁명과 쿠데타가 연달아 발발했다.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성취해 먹고 살만하게 되기까지 숱한 도전을 극복해야 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국 반열에까지 올랐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다. 1940년대 전후에 태어나신 그분들의 아낌없는 희생 덕분이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면서 부지런히 일했다. 허리를 졸라매고 자식을 키웠다. 소 팔고 논밭까지 처분하면서 자식을 공부시켜 나라의 동량으로 만들어냈다. 이제 노년을 편안하게 보내야 될 시기다. 혹시라도 그렇지 못하다면 국가가 나서서 손을 잡아줘야 한다. 그분들에겐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신종역병이 대대적으로 전 세계를 덮쳤다. 우리나라도 벌써 2년째 시달리고 있다. 전염병이 대부분 그렇긴 하지만 코로나도 면역이 약한 노년층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다줬다. 80대에 접어든 그분들의 마지막 삶을 망가트려 놨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집중 창궐함으로써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한 가지에서 난 동기라지만 시인의 누님은 어머니와도 같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지 못한 것이 애통하다. 피를 토할 듯 애달픈 심정이 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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