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산하 비수도권 8개 지회, 힘 모아 공동 대응키로

▲ 한국미술협회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울산, 광주, 전남, 전북 등 8개 시·도 지회가 20일 오전 11시 호텔 수성 신관에 모여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내고, 반대 운동을 펼쳤다.
▲ 한국미술협회 대구, 경북, 경남, 부산, 울산, 광주, 전남, 전북 등 8개 시·도 지회가 20일 오전 11시 호텔 수성 신관에 모여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성명을 내고, 반대 운동을 펼쳤다.
국립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조성 발표와 관련해 비수도권 8개 미술단체가 수도권 건립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한국미술협회 비수도권 8개 시·도 지회(대구·경북·경남·부산·울산·광주·전남·전북)가 20일 오전 호텔수성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에 대한 불합리한 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격 무효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위한 국가 기증의 취지 존중과 기증의 가치 확산’ 등 문체부가 당초 발표한 기증품 활용의 기본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점찬 대구미술협회장은 “미술관의 수도권 건립은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를 바라는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결정은 문화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자치와 분권을 강조한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미술관 수도권 건립은 결국 대한민국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사유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전문인력 및 국내외 박물관과의 확장성’에 관한 내용은 지방에서 활동 중인 수 많은 미술품 연구가 및 해당 기관 인력의 전문성을 폄하하는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회장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인력들만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방적 판단은 전국의 수많은 미술사학자와 지방대학의 관련학과 인재 양성을 저해하고, 전문인력을 양극화시키는 데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간접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날 모인 비수도권 미술협회장들은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의 전문성이 의심스럽다”면서 “위원회 구성이야말로 지극히 편파적이며 수도권이라는 답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짜맞추기식으로 내린 결론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이들은 “정부는 이번 결정을 전면 백지화하고 비수도권 공모를 통해 결정하길 바란다”며 “한국미술협회 8개 비수도권 지회장들은 힘을 모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건희 미술관 영·호남 분관 및 비수도권 유치 가능성 등에 대한 자유 질의도 이어졌다.

김영민 전북미술협회장은 “분관을 한다면 서운해할 지회들이 많다”며 “각 지회마다 시립, 도립 미술관이 있으니 기증품을 조금씩 나눠서 전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는 문화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오수 경북미술협회장은 “비수도권에 3개 정도의 이건희 미술관 분관을 조성해 순회전을 개최하면 좋을 것 같다”며 “작품 수가 꽤 많기 때문에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라도 전국에 골고루 미술관이 조성돼 전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편 비수도권 8개 미술협회 지회는 이날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전북 등 순으로 돌아가며 이건희 미술관 수도권 건립 반대 운동을 순차적으로 펼쳐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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