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논어를 통해 공자의 가르침을 얻는다. 그렇다고 두꺼운 논어 책을 두고 읽어 내려가는 정도는 아니다. 기껏해야 신문이나 다른 책에서 인용한 한 구절을 보고 인터넷을 통해 다시 그 구절을 찾아 뜻을 이해하는 정도다. 그러다 무릎을 탁 칠만할 정도로 눈길을 끄는 말이 있으면 따로 메모를 해두기도 한다.

가끔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에 대입시켜도 딱 들어맞는 구절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 같은 점이 고전(古典)의 매력이 아닐까. 이탈리아 문학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책에서 고전을 ‘다시 읽는 책’이라고 했다. 처음 읽었을 땐 지나쳤던 내용들도 훗날 다시 읽으면서 새삼 뜻을 알아내게 되는 책이란 말이다.

이렇게 한 구절 정도 논어의 짧은 글에서도 가끔은 통곡물빵을 먹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정제된 흰 밀가루 빵만큼 맛은 없고 거칠지만 영양적으로는 훨씬 건강에 좋은 게 통곡물빵이다. 오히려 섬유질이 많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도 잘 되는 게 통곡물빵 아닌가.

요즘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을 향한 주자들의 발길이 바쁘다. 각계의 인사들을 만나며 입지 구축에 나서는가 하면 여러 핵심 공약들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일1강 논어강독’(박재희 저, 김영사)이라는 책에서는 ‘선리기기(先利基器)’로 표현했다. 일 잘하는 기술자는 먼저 공구부터 잘 다듬어 놓는다는 뜻이다. 자리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먼저 주요 인물들을 우호세력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말일 게다.

이 책에서 저자가 추려놓은 구절들에서 통곡물빵의 느낌을 얻는다. 대권주자들 뿐 아니라 국민들 역시 새겨들을 만한 소중한 가르침이 많다.

내 자리가 아니면 앉지 말라는 뜻의 ‘석부정, 부좌(席不正, 不坐)’도 그렇다. 때에 따라선 분수를 알라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자리더라도 자기가 앉을 자리가 아니면 앉지 않는 공자(孔子)의 엄정한 태도를 배울 만하다. 흔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정반대의 경우를 더 자주 본다.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았다가 자신의 한계만 드러내거나 자신의 치부만 들춰내면서 결국 하차하고 마는 경우를 자주 봐왔다.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일들이다. 대권도전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비슷한 느낌의 ‘불환무위(不患無位)’라는 말도 있다. 자리가 없음을 고민하지 말라는 말이다. 잇따르는 구절은 ‘환소이립(患所而立)’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을 갖췄는지 고민하라는 뜻이다. 혹여 지금 바쁘게 뛰고 있는 대권주자들이 환소이립은 까맣게 잊고 불환무위에만 바짝 신경쓰고 있지는 않은지 지켜볼 일이다.

‘용즉행 사즉장(用則行 舍則藏)’이라는 공자의 가르침도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알아주면 나아가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조용히 물러나라는 뜻이다.

공자는 자기가 머물 자리에만 연연하는 사람을 ‘비부(鄙夫)’라고 불렀다. 비열하고 졸렬한 사람이라는 뜻의 비부는 두 가지 특성을 지닌다고도 했다. 먼저,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자리에 오를 것만 생각하며 암중모색한다. 두 번째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올랐을 땐 어떻게 해서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때론 하지 말아야 할 일까지 스스럼없이 한다는 것이다.

비부가 되지 않으려면 유독 왕만 무거운 왕관을 쓰는 이유 정도는 알아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그가 쓴 희곡에서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두고 한 말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부름’을 명목으로 많은 대선주자들이 출마채비를 마쳤다. 예비 후보들 모두 자신 만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왕관을 쓰면 막강한 권력과 명예를 가지지만 그만한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는 뜻을 이들 모두는 알고 있을까?

불환무위보다 환소이립에 신경을 쓰는 리더, 내가 그 자리에 가게 될 준비가 진정으로 됐는지를 아는 리더가 최종 대권 후보자가 되길 원한다.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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