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시장에서는 여전히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이는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로 안전자산인 채권 등을 팔고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상품 등을 매수하는 형태를 말하는데 장기 침체된 물가가 반등하는 리플레이션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통상 증권시장에서는 고평가된 기술주나 성장주보다 저평가된 가치주가 수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IT를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 부문보다는 상대적으로 경기에 좀 더 민감한 부문으로 투자가 몰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전제가 되는 2가지 조건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한 때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오히려 더 강력해지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 때문에 경기 여건은 여느 때보다 불안정해졌을 뿐 아니라 향후 예측도 불가능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백신 효과를 불신하거나 부작용을 과도하게 부풀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도록 하는 등 각양각색의 백신음모론까지 확산되고 있어 방역 자체에도 상당히 큰 불확실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세계 경제 여건은 말 그대로 카오스(chaos)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여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은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장기 균형에 가까울 정도의 완만한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붕괴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할 경우 올해 7% 내외의 성장이 기대될 정도로 강한 경기 회복이 기대되지만, 물가는 이미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당장 지난 5월과 6월에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해 연방준비제도(Fed)의 2% 물가 안정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 이어지고 있어 당장이라도 통화정책방향을 긴축으로 선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산시장에서는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청산 압력이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신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 만으로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급격한 자금 유출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식, 채권,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경험한 바 있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말이다.

이 밖에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대한 리크스는 남아 있다.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크게 훼손될 경우에는 강한 수요 압력에 공급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과도한 장기 균형에서 벗어난 수준의 물가 상승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에는 경기 재침체(double dip)를 동반할 가능성이 큰데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극단적으로는 2차례의 오일쇼크로 인한 경기 침체와 물가 급등을 경험한 바 있는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재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 여건도 크게 달라보이지는 않는다. 연일 1천명을 상회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는 반면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 2%를 상회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에 대한 과도한 시장 기대심리의 선제적 차단은 물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가격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대응 등을 위해 거듭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있는 실정이다.

여하튼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에 대한 리스크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 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모든 투자는 오롯이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라고는 하지만, 변동성이 심하고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기에는 그저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도 좋지만 말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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