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문시장(중구 남산동)이 문을 닫고 초고층 주상복합건물로 변신을 시도한다. 도심 전통시장이 또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지역 전통시장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남문시장은 대구 도심에서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통시장 변화의 물결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총 147곳의 전통시장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이 중 3분의 1인 49곳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대형 마트와의 경쟁에서 밀린 데다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설 자리를 잃은 때문이다.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에 따라 토지 면적이 1천㎡ 이상이며 도·소매와 용역업을 하는 점포가 50개 이상 밀집해 있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 사양화’의 기준으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상인회가 없는 경우를 꼽는다. 상인회는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최근 사양화가 급속히 진행됐던 내당시장(달서구), 만평시장(서구), 신암시장(동구), 동국철물시장, 보성황실시장(이상 중구) 등 5개 전통시장의 인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남문시장은 지난 1933년 대구염매시장 노점상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개설됐다. 1970년대에는 대구의 5대 시장 중 하나로 점포 수가 35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번창했지만 지금은 50여 개의 점포만 남았다. 그나마 찾는 손님이 줄어 사실상 시장기능이 상실된지 오래됐다고 한다.

남문시장 정비사업추진위원회는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2023년 초에는 주상복합건물 공사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남문시장 주상복합은 지하 6층~지상 40층 3개 동 364세대 규모로 추진된다. 추진위 측은 정비사업에 필요한 토지소유주 약 75%(기준은 60%)의 동의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붐이 일면서 문 닫는 전통시장은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이 있던 도심 요지에 아파트 위주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변화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의 전통시장 육성책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전통시장 상권을 특화·발전시킬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전통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둥지를 틀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전통시장 자리에는 조그만 표지석이라도 세워 훗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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